미국, 한국시간 27일 오전 소행성 충돌 실험 실시
중국, 뒤질새라 2025~26년께 비슷한 실험 나서
소행성 충돌 예방 위한 '지구방위' 프로젝트 강조
일각선 '재앙적' 무기 개발 연구 의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미국ㆍ중국이 앞다퉈 '지구 방위'를 명분으로 소행성 실험에 나선 가운데, 일각에선 다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로 상대국을 초토화할 수 있는 '악마적 무기'를 개발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소행성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2013년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지름 20m 안팎의 소행성이 폭발해 작은 도시 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앞서고 있는 것은 미국이다. 22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오는 26일 오후(한국시간 27일 오전 7시 17분) 인류 최초로 이동 중인 소규모 천체에 충격을 가해 진로를 변경하는 실험인 DART(Double Astroid Redirection Test)가 실시된다. NASA는 지난해 11월 이를 위해 무게 약 610kg의 DART 우주선을 발사했다. 목표는 지구에서 약 1100만km 떨어진 목성 인근의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의 위성 디모르포스(Dimorphos)다.
NASA는 이 실험에 대해 영화 '아마겟돈'을 예로 들며 '지구 방위 프로젝트'임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에 발생할지 모르는 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협에 대처하기 연구라는 것이다. 6500만년 전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지름 10km의 대형 소행성이 떨어져 당시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을 멸종시켰다. 근래에도 첼랴빈스크의 사례가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투입된 예산은 약 4000억원이다. NASA는 DART 우주선이 지름 약 160m 크기의 디모르포스에 충돌할 경우 속도가 변하면서 모성인 디디모스의 태양 공전 주기도 수분 정도 늦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충돌 전후 과정은 이탈리아 우주국이 제작한 리시아큐브(LICIACube) 위성이 직전 떨어져 나와 기록한다.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DART 우주선은 현재 목표 지점인 목성 인근에 근접한 상태다. NASA는 지난 15일 리시아큐브 위성을 분리시켰고, 이날 DART 위성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 DRACO가 찍은 목성 및 유로파 위성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DART 우주선은 DRACO가 촬영하는 목성과 유로파 위성 사진을 이용한 자동항법장치를 통해 목표물인 디모르포스 소행성을 찾아내 충돌할 예정이다. 또 2024년쯤 유럽우주국(ESA)이 현장 조사를 위해 우주선 '헤라'(Hera)를 발사할 예정이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우주 굴기'에 나섰지만 아직 한참 뒤처진 중국이 갑자기 "지구를 지키겠다"며 같은 실험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중국 국가항천국은 지난 4월 국가우주의날 행사에서 오는 2025~2026년 사이에 이같은 실험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구 근접 물체에 대한 위협 여부를 식별하고 대응하는 소행성 조기 경보 체제도 구축할 예정이다. 실험 대상은 소행성 202PN1으로 알려졌으며, 2020년 첫 발견된 지름 40m의 작은 소행성이다.
미국이 소행성에 그 비싼 우주선을 보내 충돌하는 '미친 짓'을 하겠다고 나설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있다. 과학자들은 소행성이 잠재적 위협이 되긴 하지만 향후 100년간 지구에 충돌해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웬만한 크기의 소행성은 대기권 진입 시 대부분 불타버려 유성이 된다. 지구 근처를 오가는 소행성은 확인된 것만 약 2만3000여개며 이중 대기권 진입 후에도 위협이 될만한 150m 이상의 소행성은 2000여개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아포피스, 베누(101955 Bennu), 1950DA, 2007FT3 등 4개 소행성은 비교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 지구 근처에 접근할 때마다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포피스의 경우 최근 NASA가 궤도가 불규칙해지면서 향후 100년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발표했다. 아포피스는 2029년 4월 지구에서 3만700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다. 베누는 2182년 지구에 근접하는데 충돌 확률은 2700분의1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은 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난데없는' 지구 방위 프로젝트에 나선 걸까? 미국은 소행성 충돌 실험에서 궤도 변경 여부 등 '과학적 실험' 외에도 심우주항행 기술, 최신형 태양광 발전 장치 실험, 최첨단 제논 엔진 테스트 등을 소득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ㆍ중 양국이 소행성을 '무기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소행성의 궤적에 변화를 주고 스텔스화해 상대 국가에 충돌하도록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과학자들은 가장 위력적인 우주 무기로 소행성 조작(Manipulating an Asteroid)을 꼽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국방과학기술 전문지 '더 디브리프(THE DEBRIEF)'가 지난해 11월 말 DART 우주선 발사 직후 이같은 의문에 대한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끌었다. 이 매체는 토마스 배니아 미국 보스턴대 천문학 교수 등 일부 전문가들은 소행성 무기화가 원론적으로 가능하며 소행성에 착륙해 추진 시스템을 장착하면 궤도를 변경해 지구에 고의적으로 충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굳이 추진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제라드 오닐 프린스턴대 물리학 교수가 발명한 매스 드라이버(mass driver), 즉 군용으로 개발 중인 레일건ㆍ코일건처럼 선형 모터를 이용해 우주에서 물체를 발사하는 전자기식 초대형 가속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마틴 코너스 캐나다 애서배스카대 천문학 교수도 소행성 무기화 가능성에 찬성하는 전문가다. 그는 이 매체에 "지구 주변의 궤도에서 소행성이나 물체를 무기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다"면서 냉전 시대 개발되었던 '신의 지팡이'를 사례로 들었다.
다만 난제들이 많다. 적절한 크기의 소행성을 찾아내고, 빠르게 지구 근처로 운반해야 하며, 정확히 목표를 조준해 충돌시키는 것들은 모두 수년에 걸쳐 정밀한 계획 수립과 정확한 실행이 필요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또 지구가 자전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권의 방해까지 뚫고 정확히 목표 지점을 타격하는 것도 어려운 기술이다. 소행성에 착륙해 추진 장치를 달고 조종하거나 스텔스 장치를 달아 접근을 모르게 하는 것 등도 아직까지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다. NASA는 2010년대 초반 소행성 포획 시나리오를 검토했지만 기술적 난제 때문에 포기하고 DART 프로젝트로 선회한 바 있다. 코너스 교수는 "모든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해 실제 사용 전망은 매우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가장 적절한 전략은 지름 10m 정도의 상대적으로 작은 소행성을 포획해서 지구 고궤도에 띄어 놓는 것으로, (상대국가에 대한) 억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결론적으로 소행성 무기화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매우 멀다"면서 "소행성은 매우 효과적이고 재앙적인 무기지만 얻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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