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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K-우먼]성진실 교수 "날 때부터 훌륭한 사람 없어…도움도 받고 끌어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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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최초 블루페어리상 수상
국내 간암 방사선치료 선구자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합니다. 인종·국경·장애 등 경계를 극복하고 도전하고 무너뜨린 인물들을 '파워 K-우먼'으로 정했습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의 가치를 널리 알려 청소년과 여성 등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일시| 2022년 10월 19일(수) 오전9시~오후 5시20분장소|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2F)

[파워 K-우먼]성진실 교수 "날 때부터 훌륭한 사람 없어…도움도 받고 끌어도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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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becoming)’입니다. 처음 날 때부터 훌륭한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쉽지 않은 여러 여정을 거쳤고, 주변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는 제가 후배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여성 최초의 ‘블루 페어리 상(Blue Faery Award)’ 수상, 미국 의학연구 평가기관 ‘엑스퍼트스케이프’ 선정 간암 분야 전 세계 최우수 연구자, 대한간암학회 최초 여성 회장, 범석 의학상·JW중외학술대상 수상까지. 국내 간암 방사선 치료의 선구자인 성진실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의 탁월한 업적을 살펴볼 수 있는 단면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간암 권위자로 인정받는 성 교수가 무엇보다 빛을 발하는 이유는 국내에서 척박하기 그지없던 방사선종양학과 여성이라는 ‘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했다는 데 있다.

"주변 협력과 노력이 합쳐져 오늘의 내가 만들어져"

학창 시절 성 교수는 생물학자를 꿈꾸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집안에 의사도 없었고, 자신도 의사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다 의대 진학을 노리던 친구로부터 공부하는 내용이 생물학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준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연세대 의대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막상 여성에게는 쉽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성 교수는 "1983년도에 졸업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여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전공과에서 뽑아주지를 않아 여러 과를 빙빙 도는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성 교수는 운명처럼 방사선종양학을 만났다. 당시만 해도 방사선과에서 영상진단과 방사선 치료를 같이 했다. 이를 영상을 촬영하고 진단하는 영상의학과와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방사선종양학과로 막 분리하는 시점이었다. 성 교수는 "그때 방사선종양학은 분리된 지 2년차의 신생 분야였다"며 "초창기 모범이 돼보자는 생각과 함께 학문적으로 매력이 있어 모험하듯이 시작했다"고 전했다. 방사선 치료가 이제는 수술, 항암제와 함께 인류가 암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됐으니 성 교수의 모험은 실로 성공한 셈이 됐다. 최근에는 환자들의 ‘삶의 질’이 더욱 부각되면서 신체의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미용 등을 보장할 수 있는 방사선 치료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이야 수많은 연구 업적으로 잘 알려진 의사가 됐지만, 수련받던 시절만 해도 투철한 연구 정신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성 교수는 고백했다. 오히려 수많은 어려움이 현실로 다가왔다. 결혼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문제뿐 아니라 방사선종양학이라는 전공 특성상 개업도 불가능하고, 중소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에만 있는 과에서 활동할 자리가 과연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그런 그를 잡아준 것은 주변의 도움과 협력이었다. 성 교수는 "힘들었지만, 운이 좋게도 주변에 도와주는 멘토를 많이 만났다"며 "점점 누리게 된 좋은 여건에 감사한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게 됐고, 열심히 연구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연계가 됐다"고 밝혔다.


성 교수가 더블 마이너리티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두 명의 인물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은사인 김귀언 연세대 의대 명예교수다. 김 교수는 연세암병원의 전신인 연세암센터의 원장을 지낸 국내 최고의 방사선 암 치료 전문가로 꼽힌다. 성 교수는 "갈 길을 열어주셨고, 학자의 자세를 많이 보여주셨다. 그 길을 흔들림 없이 따라갔다"고 감사를 표했다. 다른 한 명은 남편인 한광협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전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이다. 성 교수는 "딸이 둘 있는데 남편이 가부장적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요구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면서 "남편과 동료로서, 선후배로서, 배우자로서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알렸다.


성진실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성진실 교수./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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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상자 13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국내 암 치료역량에 자부심

주변의 도움과 협력, 그리고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에 힘입어 성 교수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 권위자로 우뚝 섰다. 그를 대표하는 업적 중 하나가 바로 2019년도 여성 최초이자 방사선종양학 전공자 최초의 ‘블루 페어리 상’ 수상이다. 블루 페어리는 어린 나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드리엔느 윌슨을 기리기 위해 가족의 기탁금으로 2003년 설립한 미국의 비영리재단이다. 간암 예방 활동과 환자 지원을 비롯해 매년 간암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의료인에게 블루 페어리 상을 수여해 연구 의욕을 고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이 상의 역대 수상자 13명 가운데 여성은 성 교수가 유일하다. 성 교수는 "이전에 받은 분들이 쟁쟁해 이 상을 받는다 해서 놀랐다"며 "굉장히 어려운 상을 한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받았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성 교수는 현재 간암과 췌장암, 담도암 등 환자의 예후가 정말 좋지 못한 난치성 암의 연구와 치료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간암은 2020년 기준 폐암 다음으로 많은 사망자를 낸 암종으로, 초기 별다른 증상이 없어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성 교수는 여성 최초로 2017년 대한간암학회 회장을 지내며 간암의 조기진단이 중요하다고 보고 2월2일을 ‘간암의 날’로 제정했다. 간암 조기진단을 위해 간암표지자·복부초음파 등 ‘2개’의 검사를 1년에 ‘2번’ 받자는 의미를 담았다. 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B형간염이 많은데 이것이 만성 간염, 간경변증(간경화), 간암으로 간다"며 "간암에 많이 걸리는 연령이 40~60대로, 가정과 사회의 중추를 이루는 사람이 아프면 사회·경제적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 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 교수는 B형간염을 간암의 ‘고위험군’으로 인식하고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이를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 교수는 올해 국내 최대 규모의 암학회인 대한암학회 회장에 선임되며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대한암학회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임상종양학회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고, 미국암연구학회(AACR)와 협력해 학술대회를 열 정도로 학술적 수준이 매우 높다. 성 교수는 "정부, 환자, 홍보 등 여러 집단과 협력해 대국민 홍보나 암에 대한 인식 캠페인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성 교수는 국내 암 치료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자부했다. 그는 "희귀암이나 서구에 많은 암은 부분적으로 보완할 점이 있지만, 소화기암은 미국에서 수술받으러 한국에 올 정도"라며 "특히 유럽과 비교하면 아주 우월하게 (한국의) 암 진료 수준이 높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한국의 암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서구에 비해 적은 돈을 주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외국에서 톱 레벨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늘 생각하는 키워드 '비커밍'…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야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후배들에게 당부할 말을 묻자 성 교수는 "늘 생각하는 키워드가 바로 ‘비커밍(becoming)’이다. 오늘 존재하는 내가 아닌,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협력을 최우선 가치로 꼽았다. ‘혼자서 뛰어나고 잘나서 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자연인 성진실이 갑자기 튀어나와 간암 전문가가 된 건 아니다. 오랜 시간과 협력이 필요했다"며 "저 자신도 남을 도와주고 끌어주는 멘토링 역할을 기꺼이 할 준비가 돼 있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진실 교수는…
▲연세대 의대 학·석·박사 ▲대한간암학회 회장 ▲대한방사선생명과학회 회장 ▲아시아태평양간암학회 회장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문위원 ▲대한암학회 회장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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