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해제 다행이지만, 거래절벽 해소 어려울 것"
강남은 "기대도 안해"…금리·세제에 주민 관심 커
[아시아경제 노경조 기자, 류태민 기자, 황서율 기자] 세종시와 인천 연수·남동·서구 등 4곳이 조정대상지역은 유지하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해제됐다. 이들 지역에서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종전 40%에서 5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청약 추첨제 물량도 늘어난다.
반면 서울 전역은 기존 규제지역이 적용된다. 경기도 전체 28개 시·3개 군 중 안성·평택·양주·파주·동두천시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것을 제외하곤 변동이 없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21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집을 사고파는 구매층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정부 의지가 담긴 조치"라며 "규제지역을 해제한 곳들은 이후 분양·매매시장에서 과열 재현 우려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인천 "조정대상지역도 풀어야…금리 인상이 발목"
약 5년 만에 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난 세종시지만, 시장 반응은 대체로 침착했다. 아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만 해제돼선 안 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려야 상황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라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장벽은 모두에게 높은데 조정대상지역은 세제 규제까지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둘째 주까지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7.11% 하락해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초 7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던 새롬동 새뜸마을1단지 전용면적 84㎡는 하반기 들어 6억5000만원 안팎에서 매매되고 있다.
인천도 거래절벽 상황에서 큰 반전은 없을 것으로 봤다. 연수구와 서구 아파트값은 연중 각각 3.89%, 2.62% 떨어졌다. 특히 연수구는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송도신도시를 끼고도 낙폭을 키웠다.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 전용 84㎡는 이달 7일 8억원에 손바뀜했다. 직거래를 제외하고 지난 6월 9억4500만원 거래된 뒤 3개월새 1억4500만원이 내린 것이다.
연수구 송도동 B공인 대표는 "규제가 풀려서 그나마 다행"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매수세가 뒤따를지는 모르겠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 한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매물은 나오지만 '현금부자'가 아닌 이상 누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겠냐는 것이다. 지역 호재 중 하나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조기 착공도 차질을 빚고 있어 당분간 조정장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남-강북 엇갈린 반응…강남3구 "규제 해제가 뭐에요?"
서울은 강북-강남 간 온도차가 컸다. 매수세가 급감한 노원·도봉·강북 지역의 공인 관계자들은 다소 아쉬움을 표했다. 노원구 월계동 C공인 대표는 "중개인 입장에서는 규제지역이 해제되면 좋지 않겠느냐"라며 "이번주에도 거래는 커녕 문의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봉구 창동 D공인 대표는 "수도권은 미분양도 적고 아직 가격 상승의 여력이 있다고 생각해 조심히 접근하는 것 같아 이해는 간다"면서도 "현재 초급매가 나와도 매수인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공인 관계자들은 "기대조차 안 했다"는 반응이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E공인 관계자는 "현장에서 보면 실거래가 자체가 떨어진 건 아니기 때문에 서울 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라며 "실거래가가 확실히 떨어졌다는 신호를 확인하고 해제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자전거래 의혹에도 불구하고 한강변이나 재건축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몇 년간 급격히 오른 데 비하면 수치상 결코 집값이 떨어졌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보다 오히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힘든 상황이라는 답변도 나왔다.
◆경기 "큰 호재 아냐"…규제 해제→추가 하락 가능성도
경기 외곽 지역 5곳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비교적 덤덤했다.
동두천시 지행동 F공인 대표는 "동두천의 경우 지난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뚝 끊겨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비규제지역이 되면 매매거래도 다시 살아나고 대출규제 완화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옮겨가지 않을까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파주시 야당동(운정신도시) G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면 이전보다는 거래가 늘겠지만 큰 기대는 없다"라며 "최근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다보니까 엄청나게 큰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하락하지 않는 한 거래량은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였다. 평택시 지제동 H공인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된 것은 좋지만 워낙 금리가 높다보니 거래 활성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민 대부분은 양도세나 거주의무 같은 세금·규제 적용 여부에 관심을 더 갖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규제지역 해제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값 조정기에 규제가 해제된 곳들은 앞으로 가격 반등이 어려운 지역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라며 "해당 지역에서 거래가 활성화하더라도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뤄진다면 오히려 추가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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