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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업서 손 내미는데…'반도체학과' 인기 시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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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연계 반도체학과, 수시 경쟁률 작년보다 떨어져
인력과잉·불안한 전망 영향
정부 '15만+α' 대책에도 우려↑…"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정부·기업서 손 내미는데…'반도체학과' 인기 시들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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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국내 반도체 업계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인력'이다. 향후 10년간 약 3만 명에 달하는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15만 반도체 인력 양성을 선언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입사가 보장된 채용연계형 반도체학과의 경쟁률은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해 처방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21일 대학 및 입시학원,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계약한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의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률은 지난해 16.7대 1에서 올해 10.5대 1로 내려갔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학과의 학생부종합전형 경쟁률도 지난해 13.63대 1에서 올해 8.3대 1로 하락했다. 두 학과 모두 모집정원은 지난해와 같았지만 올해는 지원자가 감소했다.

올해 처음 신입생을 모집하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도 12.4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반면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모든 전형 수시 지원 경쟁률은 37.5대 1로 비교적 높았다. 두 학교 모두 SK하이닉스와 계약학과지만,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2023년도 신입생 모집에 논술전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수시 경쟁률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예상과 다른 반도체 학과의 경쟁률 하락은 역설적으로 정부의 반도체 인력 육성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해석된다. 정부가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반도체 학과 및 정원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따른 인력 과잉 우려와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부의 지원책으로 오히려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인력과잉에 대한 우려가 늘어났다"면서 "연일 보도되는 반도체 산업의 암울한 전망도 상위권 학생의 지원을 꺼리도록 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학과나 반도체 계약학과는 미리 인력을 선점하려는 '입도선매' 성격이 강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당장 인력이 모자라는 건 아니지만, 향후 10년을 내다봤을 때 그 정도 규모의 인력은 필요하다"면서 "반도체에만 특화된 졸업생이 있으면 인력 교육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고 비전공자도 반도체 관련 트랙을 밟을 수 있도록 해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조중휘 인천대 임베디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 부처가 학계, 산업계와 인력양성 방법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가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선 현장형, 실무형뿐 아니라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기초형 인재도 필요한 데 우리 제도는 현장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도체(계약)학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며 "종합적인 반도체 기술을 위해선 화학, 물리에서부터 전자, 자료, 기계 등 다양한 전공자들 능력을 조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일부 대기업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에 들어갈 경우 다른 연구활동에 대해 동기부여 및 잠재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학생들을 계약학과라는 좁은 울타리에 넣어 제한된 커리큘럼으로 인재를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인텔, 엔비디아처럼 고급 엔지니어가 키워져야 하는데, 반도체계약학과에서 이 같은 인재가 키워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궁극적으로 대학은 기업 현장 투입을 위한 엔지니어 육성이 아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고급형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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