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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프 간격 좁은 이유 있었네…"1분이면 매출 1500만원"

최종수정 2022.11.07 14:47 기사입력 2022.09.20 07:08

국내 골프장 주말 티오프 간격 평균 '6분'
"서둘러 달라" 압박에 안전 사고 우려도
전문가 "골프장 서비스 정신 발휘해야"

올해 디오픈이 열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전경. 디오픈의 티오프 간격은 12분이지만 국내 대중제골프장의 주말 평균 간격은 절반인 6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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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서희 기자] 경기도 이천의 한 골프장에서 생애 첫 필드 라운딩을 한 정모씨(36)는 혼이 빠지는 경험을 했다.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고 3인 1팀으로 나섰지만 라운딩 내내 쫓기듯 플레이해야 했다. 경기가 조금이라도 지체된다 싶으면 경기진행요원이 나타나 플레이를 재촉했고, 앞 팀과의 간격 유지를 위해 18홀 내내 뛰어다니다시피 했다. 이른바 '토끼몰이'식 경기 진행이 이뤄지다 보니 라운딩에 소요된 시간은 3시간 50분에 불과했다. 정 씨는 “정신없이 카트를 타고 치고 또다시 카트에 오르고를 반복하다 보니 첫 라운딩이 끝나 있었다"며 "나중엔 캐디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 일찍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말했다.

프로 대회 절반 불과한 ‘6분’ 티타임에 쫓기듯 라운딩…안전사고 우려도 커져

국내 일반 골프장의 티오프 타임은 평균 7분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주말의 경우 이보다 촉박한 6분 간격이다. 소수 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명문 골프장’은 조금 더 여유로운 9분~10분 사이다.


프로 대회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십은 2인 1팀 플레이에 11분 간격을 두고 진행된다. 디 오픈 챔피언십은 2인 1팀에 12분 간격이다. 국내 프로 대회는 3인 1팀에 10분 간격으로 티오프가 이뤄진다.

물론 프로 선수는 카트를 타고 이동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마추어 골퍼에게 6분 남짓한 티오프 간격은 상당히 촉박한 수준이다. 4인 1팀 플레이를 기준으로 단 한 명의 골퍼도 큰 실수 없이 티샷을 하고, 세컨샷까지 완벽하게 이뤄져야 가능한 정도다. 결국 경기 진행 과정에서 계속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골프장 측은 고객의 플레이를 재촉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촉박한 경기 진행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발생한 골프장 내 타구 사고는 총 3772건이다. 골프 관련 안전사고 가운데 가장 많다. 연평균 700건 이상, 매달 65건 이상 발생한 셈이다.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수치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타구 사고 가운데 40%는 ‘다른 홀에서 넘어온 공에 맞은 경우’다. 뒷팀이나 옆 홀서 넘어온 공에 플레이어가 맞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티오프 간격이 빠듯하고 경기 진행이 급할수록 이 같은 타구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높아진다.

경기 진행을 돕는 캐디 역시 난감한 입장이다. 경기 진행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면 불이익이 주어지는 탓에 고객의 불만에도 어쩔 수 없이 경기를 재촉할 수 밖에 없어서다. 경기도 포천의 한 골프장에서 캐디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임모씨(43)는 “필드 경험이 적은 고객은 마음이 조급해지면 미스 샷을 하게 된다”면서 “이 때문에 고객에게 진행을 압박하는 일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티오프 간격 1분 줄면 하루 매출 1500만원↑… "골프장 서비스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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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측이 수십만원의 이용료를 내는 고객의 불만에도 티오프 간격을 줄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1~2분의 티오프 간격 차이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업계에 따르면 티오프 간격이 1분 늘면 하루 매출이 약 15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예컨대 18홀 플레이 시간을 대략 4시간으로 잡고 라운딩이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오후 2시까지 예약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티오프 간격을 7분으로 설정하면 골프장은 하루에 최대 68팀을 수용할 수 있다. 1분을 줄여 티타임을 6분으로 잡으면 80팀까지도 가능하다. 4인 1팀 기준 골프장에 지불하는 비용이 약 130만원임을 고려하면, 하루 매출이 약 1560만원 차이 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티오프 타임은 전적으로 골프장 측의 서비스 정신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각 골프장은 고객이 편안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적 조항은 있으나, 티오프 타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값비싼 그린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회원제 골프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중제 골프장의 경우 티오프 타임이 짧다.


김재근 전 한국프로골프(KPGA) 위원장은 국내 골프장의 서비스 정신이 향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대중제 골프장은 더 많은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그러나 국내 대중제 골프장은 오히려 더 많은 수익 창출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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