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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벨바그 거장' 고다르, 조력사로 생 마감…'죽음 선택할 권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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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토론 실시할 것"
한국도 지난 6월 '조력존엄사법' 발의
관련 논의 확산하지만 "비윤리적" 비판도

조력사 등이 허용된 국가에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조력사 등이 허용된 국가에서 스스로의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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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무의미한 연명치료 대신 조력사가 허용된 국가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조력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되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종교계에서는 '죽을 권리'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계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의 거장 장 뤼크 고다르의 사인이 '조력자살'(assisted suicide)로 확인됐다. 13일(현지 시각) AF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고다르의 법률고문인 패트릭 잔느레는 고인이 조력자살 방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잔느레는 고인이 생전 '다수의 불치성 질환'을 앓고 있던 상태였으며 평소 존엄하게 죽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그는 NYT에 "고다르는 당신이나 나처럼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그는 평생 그래왔듯 굉장히 명료하게 '이제 이만하면 됐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조력자살은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지만, 환자 스스로 약물을 복용 또는 투약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으로 의료진의 약물 투입으로 사망하게 되는 안락사와 구분된다.


고다르가 생을 마감한 스위스는 조력사를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다.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1942년부터 내외국인 모두에게 조력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등도 조력사가 가능하다. 미국은 캘리포니아, 오리건, 뉴저지, 워싱턴주 등 일부 주에서만 조력사를 허용한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안락사나 조력자살은 불법이다. 2016년 개정된 법률에 따라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한해 의료진이 연명치료를 멈추고 사망하기 전까지 수면유도제를 투여하는 것만 허용된다. 이 때문에 프랑스의 일부 환자들은 안락사 등이 허용되는 인접한 유럽의 다른 국가로 떠나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지 등 현지 언론은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니옹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지 등 현지 언론은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니옹의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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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의 조력사로 프랑스에서는 관련 논의가 탄력을 얻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고다르 별세 당일인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이른바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토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향후 6개월간 이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또 프랑스 곳곳에서 지역별 토론도 실시될 예정이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한국에서도 논의되고 있다. 조력사에 찬성하는 비율은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지난해 성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안락사 또는 조력사법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6.3%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는 찬성 응답은 50% 정도로, 찬성률은 5년 새 1.5배 높아졌다. 찬성 이유로는 '남은 삶이 무의미하기 때문에'(30.8%), '좋은 죽음에 대한 권리여서'(26.0%), '고통의 경감'(20.6%) 등 순이다.


지난 6월엔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극도의 고통에 놓인 말기환자가 삶의 마무리 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법안은 조력존엄사대상자를 ▲말기환자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을 것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것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로 규정했다.


조력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찬반의견이 팽팽한 상황이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죽을 권리'를 비윤리적이라 보고,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수요 일반알현에서 "죽을 권리란 건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우리는 죽음을 앞둔 사람과 함께 해야 하지만 죽음을 유발하거나 자살을 돕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생명은 하나의 권리이며 이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관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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