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재정준칙 도입방안' 발표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해 국가채무비율을 오는 2027년까지 50%대 중반으로 관리한다.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으면 적자 비율이 2%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기준이 느슨하고 구속력이 낮아 '맹탕'이란 비판을 받았던 지난 정부의 재정준칙과 달리 기준을 명료화하고 법률에 근거를 명시해 재정 건전성 고삐를 바짝 죈다는 방침이다. 다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상황 등에서는 재정준칙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7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주요 골자가 공개된 바 있다.
새 재정준칙은 앞서 지난 2020년 10월 발표한 정부안 대비 준수 기준을 강화하고, 구속력을 부여했다. 우선 재정적자를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인 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고, 채무가 60%를 초과할 경우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묶기로 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복잡한 한도식을 만들고, 경기 둔화시 완화규정을 두는 등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던 반면 새 재정준칙에서는 기준을 단순화한 게 특징이다.
특히 통합재정수지(정부 총수입-총지출)가 아닌 관리재정수지를 쓰기로 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현재 흑자가 나는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지표로,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준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관리재정수지를 활용할 경우 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2차 추경 기준 5.1%로 통합재정수지를 쓸 때(각각 3.7%, 1.5%, 3.3%) 보다 높다. 기존 정부안은 통합재정수지를 써 재정적자가 실제 규모보다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를 일으켰지만, 새 재정준칙에선 보다 엄격한 지표를 활용해 국가채무를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국가채무 지표는 공공기관·공기업 부채 등을 제외하고 중앙·지방정부 채무만 합한 'D1'을 활용키로 했다.
이를 통해 나랏빚 증가 속도를 늦추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현재 50%에서 현 정부 임기 중 50% 중반 수준으로 묶는다는 목표다. 국가채무비율은 2008~2013년(이명박 정부) 6%포인트, 2013~2017년(박근혜 정부) 3%포인트 가량 상승했지만 문재인 정부(2017~2022년)에선 무려 14.1%포인트나 치솟았다.
기획재정부는 "고령화 등으로 채무비율이 지속 상승하는 구조를 감안해 채무한도 보다 채무증가속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설계했다"며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율, 적자성채무 비율 등 추가 재정관련 지표를 발굴해 재정준칙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안과 마찬가지로 5년마다 적자 비율 한도를 재검토하고,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국가채무 상환비율을 현행 30%에서 50%로 상향키로 했다.
정부는 새 재정준칙의 근거를 법률에 두고, 법 개정 후 내년 편성하는 2024년도 예산안부터 즉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재정준칙 근거를 마련하고, 유예기간을 둔 뒤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이전 정부보다 도입 의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재정준칙 적용 예외 사유를 추경 편성 요건과 동일하게 뒀다는 점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편성 요건으로 전쟁·대규모 재난,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한 경우 등을 규정하는데 새 재정준칙 적용 예외 규정도 이와 같다. 역대 정부가 지난 2015년 이후 올해까지 8년 연속 추경을 편성하고 그 과정에서 추경 편성 요건을 엄격히 해석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에서 재정준칙이 법제화돼도 적용 예외 사유가 빈번히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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