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보길 원해 안동 하회마을, 류성룡 종택 방문
권기창 안동시장 “안동소주, 생일상 받던 인연 기억”
추도단상 앞 1999년 국빈방문 사진 전시 ‘열흘간 애도’
[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귀열 기자] 지난 8일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추모하는 공간이 경북 안동시에서 차려졌다. 안동시는 여왕이 생전 방문한 적 있는 특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안동시는 여왕이 방문했던 안동 하회마을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 앞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 추도 단상을 설치했다.
서거 이후 열흘간 시민 등 방문객들이 애도하고 조문할 수 있도록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 찾았을 당시 맨발로 충효당 마루를 오르는 모습, 73세 생일상을 받는 장면, 봉정사에서 돌탑에 돌을 얹는 사진 등 20여점도 전시해 여왕을 추모하고 있다.
1999년 4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부군인 필립공과 함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가장 한국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엘리자베스 여왕의 뜻에 따라 한국 전통문화의 정수인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받으며 안동과 인연을 맺었고 이는 한·영 외교사에 족적을 남겼다.
1883년 두 나라가 한·영 우호통상항해조약을 맺고 수교한 이래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당시 첫 방한이어서 화제가 됐다.
영국 최고위 귀빈으로 세기의 진객이 한국을 방문하며 온 국민과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고 한국 속의 한국으로 꼽히는 안동이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방한 사흘째이자 73세 생일인 4월 21일 하회마을을 방문할 당시 주요 내빈을 비롯해 시민 1만여명의 인파가 여왕을 열렬히 반겼다.
여왕은 당시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명인 조옥화(2020년 별세) 여사가 마련한 성대한 생일상을 대접받았다.
당시 여왕이 충효당에서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른 일화는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좀처럼 발을 노출하는 일이 없는 여왕이 신발을 벗는 순간 내외신 기자들이 플래시 세례를 터뜨리며 소탈한 여왕의 품격이 여과 없이 국제전파를 탔다. 이날을 기념해 여왕은 충효당 마당에 구상나무도 심었다.
여왕이 다녀간 이후 하회마을은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201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이후 유교책판, 봉정사, 도산·병산서원이 유네스코 기록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여왕은 살아 움직이는 현대사로 영국 연방의 상징이셨고, 소프트 파워로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으셨다”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깊이 애도하며 안동시와 소중한 인연을 시민과 함께 영원히 기억하겠다”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김귀열 기자 mds724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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