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침체됐던 글로벌 증시가 잠시 반등하는 듯했으나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혼자서 투자 나침반을 보고 방향성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시아경제는 수십년간 대규모 자금을 운용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철저한 투자 원칙 속에서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전략을 들어봅니다. 올가을과 겨울, 내년 초까지 이어질 기관들의 투자 방향성을 미리 들어보고, 아시아경제 독자분들이 투자의 방향키를 미세조정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주식·채권 가격에는 경기 침체 先반영‥대체자산은 신중한 접근 필요
한종석 경찰공제회 금융투자이사(CIO)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일정 수준의 경기둔화 및 침체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부문에선 이미 경기 후퇴가 상당 수준 가격에 반영됐지만, 대체 자산의 경우는 경기에 동행하거나 후행하는 경우가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가치평가가 적정 수준에 도달해 있고 유동성 관리가 용이한 주식과 채권을 중심으로 투자 활동을 강화하고 당분간 금융 대체투자 및 부동산 투자는 극도의 선택적 투자와 출구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공제회는 향후 10년을 고금리, 고물가 시대로 예측하면서 투자수익률을 중장기적으로 약 7~8%대 수준으로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략 10년 단위로 금융시장은 큰 변혁을 겪게 되는데 과거 10년간은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로 분류된다. 적당한 리스크를 부담하면서 5~6%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구조가 용인됐던 시대다.
한 이사는 "향후 10년을 전망하면 이미 물가가 움직이고 있고 이에 따른 높은 수준의 금리가 따라왔다"며 "시장 금리 상승으로 회원들의 요구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어 투자 수익률 제고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리·배당 등 지속 수익 보장자산 늘려야‥빠른 경기 회복은 어렵다
대한지방행정공제회는 불확실한 투자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동화 가능한 자산과 금리와 배당 등 지속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금리성 자산을 늘릴 예정이다.
허장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는 "최근 한 두 달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는데 이렇게 금방 회복될 거라고 믿는 건 너무 안이한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허 이사는 향후 상당 기간 후유증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폭락장은 기회라는 것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경험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황은 40년 만에 처음이라 모두에게 지금 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불확실한 환경에서 첫째 미션은 자산의 건전성 유지"라고 강조했다.
당분간은 포트폴리오에서 유동성 비율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허장 이사는 "제1 전략은 자산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예가 만기가 짧은 대출이나 회사채 등을 늘리는 것이다. 아울러 "주식과 같은 지분성 자산에서 수익을 내기 힘들다면 조달비용 즉 금리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금리성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허 이사는 "남들이 호황이라고 즐거워할 때는 투자를 줄이고 반대로 아주 안 좋다고 할 때는 슬슬 투자를 늘려 놓아야 긴 시각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IB들 성장률 전망 지속 하향 조정‥우량 채권·ETF·대출 투자 중심
이도윤 노란우산 자산운용본부장(CIO)은 우량 채권, ETF(상장지수펀드), 대출 투자 중심으로 하반기 운용 계획을 세웠다.
이도윤 본부장은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당초 예정된 목표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채권 자산이 확대됐다"며 "3~5년 만기 AA급 이상인 우량 등급 회사채 금리면 노란우산 전체 목표수익률을 넘어서는 운용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올해 초 연 1%에서 2.5%까지 인상되면서 국고채 금리는 3%, 회사채 금리는 4%를 넘어섰다. 노란우산은 최근 3년간 기록한 수익률(3~5%)과 맞먹는 수준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기술적 반등)'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 본부장은 "역시나 주식시장의 큰 변동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주식 시장 내 안전 섹터로의 조정을 계속 추진 중이고 중장기 투자와 함께 적시 대응이 가능한 ETF 등의 활용을 늘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대체투자 부문에선 조정 효과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퍼블릭 마켓의 대폭 조정 이후 1~2분기 후에는 프라이빗 마켓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대체투자에 보수적인 자세로 대응하면서 프로젝트보다 블라인드성 투자를, 지분 투자보다 대출 투자를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올 하반기 금융 시장의 초점은 인플레이션에서 경기둔화로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주요 투자은행(IB)들이 계속해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세계경제, 미국, 유로존 등 주요 권역별 성장률이 작년 10월을 고점으로 9~10개월 연속 하향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완전 고용 수준의 실업률을 배경으로 긴축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라는 명목으로 긴축 사이클의 끝이 어디인지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경기침체가 불러올 수 있는 또 다른 리스크로 회사채 발행 환경의 악화를 꼽았다. 그는 "신용도가 낮은 부분에서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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