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먹거리 물가 전년比 8.4% ↑…13년 만에 최고 수준
파프리카, 한달새 77% 올라…태풍 힌남노 피해 겹치며 먹거리 상승세 가팔라
통계청, 한 달 3회 조사 그쳐 체감 물가 상승 속도 반영 못해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고물가에 추석을 앞두고 태풍까지 겹치면서 먹거리 품목 중심으로 물가가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무, 배추, 갈치 등 일부 품목은 태풍 발생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 태풍으로 인한 농산물 작황 악화, 10월 대체공휴일 영향으로 외식 수요까지 늘어나면 먹거리 물가를 자극, 서민들이 느끼는 지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무 1개당 소매가격은 전날 기준 3919원으로 태풍 힌남노 발생 직전인 지난달 말(3059원)과 비교해 일주일 새 28.1% 급등했다. 토마토는 1㎏당 7481원으로 일주일 만에 소매가가 21.2% 뛰었고 배추(14.7%), 양배추(14.7%), 참외(6.8%) 등도 줄줄이 가격이 올랐다. 갈치 역시 태풍으로 조업일수가 줄면서 일주일 새 8.5%(소매가 기준) 상승한 한 마리당 7776원을 기록했다.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 중심으로 큰 피해를 내면서 농수산물의 수확과 어획 물류 등에 차질이 발생, 가뜩이나 채솟값을 중심으로 치솟는 먹거리 물가를 더욱 자극했다. 여기에 예년보다 빨리 다가 온 추석 성수품 수요까지 늘면서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
특히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 압박은 최근 한 달여 간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여름철 폭염과 폭우에 따른 작황 부진 영향이다. 주키니 호박 1개 가격은 지난 6일 3524원으로 8월1일(1720원) 대비 104.9% 급등했다. 한 달여 만에 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뛴 셈이다. 같은 기간 애호박 1개 가격도 1548원에서 2842원으로 83.6%나 치솟았다. 파프리카는 200g당 2456원으로 한 달 새 77.3%가 올랐고 미나리(76.1%), 방울토마토(50.9%), 시금치(50.1%), 참외(36.6%) 등의 상승세도 가팔랐다.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통계청이 집계하는 8월 먹거리 물가는 1년 전보다 8.4% 급등해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를 반영하기엔 역부족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파프리카의 8월 가격 상승률은 통계청 집계 기준 43.1%다. 반면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조사에 따르면 73.6%로 정부 통계보다 30.5%포인트 높다. 시금치의 경우 통계청은 32.0%, 공사는 49.1% 올랐다고 집계했고 미나리 가격 상승률도 각각 17.9%, 65.7%로 조사돼 정부와 공사 통계에 차이가 컸다. 일별 농산물 가격을 조사하는 공사와는 달리 통계청은 한 달에 3회만 집계하면서 정부 통계가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 상승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일별 가격을 조사하진 않지만 지역별 가중치 등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농산물 가격 불안이 진정될지도 미지수다. 태풍으로 인한 작황 피해가 클 경우 먹거리 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설상가상 다음 달에는 대체공휴일이 두 차례나 있어 고공행진하는 외식 물가를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는 8.8% 상승해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식자재 상승에 인건비 등까지 오른 탓인데 연내 9%를 찍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추석 성수품 등 현재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물품을 중심으로 정부가 추가 공급을 했다"며 "앞으로도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조치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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