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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도 '문송'합니다? …IT업계 불황에 취업문 닫힌 '문과생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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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캠프, 단기 프로그래밍 학원 등에서 개발 직무 능력을 학습한 이른바 '문과 출신 개발 지망생'의 취업이 힘들어지고 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부트캠프, 단기 프로그래밍 학원 등에서 개발 직무 능력을 학습한 이른바 '문과 출신 개발 지망생'의 취업이 힘들어지고 있다. / 사진=송현도 아시아경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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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송현도 인턴기자] #인문대학 졸업 예정자 A씨(26)는 요즘 취업 문제로 근심이 가득하다. '문사철(문학·역사학·철학)' 전공자인 그는 최근 8주짜리 단기 코딩 교육 프로그램도 수강했다. 조금이라도 일자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해 보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한 번 '문과생' 꼬리표가 붙은 그에게 IT 개발직 취업은 여전히 요원하다. A씨는 "먼저 IT 회사에 취직한 친구 말을 들어보니 요즘 회사들은 문과 출신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더라"며 "졸업이 코앞인데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라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IT 공룡, 테크 스타트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 이른바 '문과 출신 개발자 지망생'의 취업 문이 좁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속성 강의로 프로그래밍을 학습한 초보 개발자보다 능력과 경험이 검증된 베테랑을 훨씬 선호하는 탓이다. 이미 예전부터 이과 출신에 비해 극심한 취업난을 겪던 문과 출신 구직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과생 꼬리표'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취업준비생 사례는 A씨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문과 출신 구직자 B씨(27)는 "예전에는 문과 직업으로 여겨졌던 은행, 홍보, 영업 분야도 요즘엔 코딩을 요구한다"라며 "부랴부랴 부트캠프나 속성 학원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워봤자 대학 4년 내내 관련 지식을 쌓은 사람들과 비교가 되겠나. 문과 대학을 나오면 아예 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른바 '부트캠프'라고 불리는 단기 코딩 학원이 밀집된 서울 강남구 한 학원가.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 사진=임주형 skepped@

이른바 '부트캠프'라고 불리는 단기 코딩 학원이 밀집된 서울 강남구 한 학원가.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련 없음. / 사진=임주형 skepp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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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생의 취업난은 이전부터 고질적인 문제였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19년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보고서를 보면, 인문계열 전공자의 취업률은 56.0%로 모든 전공 중 가장 낮았으며, 월평균 초임은 220만원으로 평균(250만원)에조차 미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문과생들이 '돌파구'로 삼은 게 속성 코딩 학원이었다. 일명 '코딩 부트캠프'로, 3~6개월, 빠르면 6~8주 동안 비전공자에게 기초적인 개발 직무에 필요한 기술을 숙달시켜 IT 회사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업체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에는 온라인 강좌로만 진행하는 부트캠프도 다수 열리고 있으며, '국민내일배움카드' 등 정부 지원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교육 코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화두에 오른 '디지털 전환' 및 ICT 호황 또한 문과 출신 개발자'의 탄생을 부추겼다. 새로운 IT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IT 기업들은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고, 이 중에는 단순한 프로그래밍 기술을 가진 초보 개발자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 국제 물가 위기 등 경제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IT 기업들도 타격을 받자, 이들 초보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모양새다.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 사진=연합뉴스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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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올해 상반기에 발간한 IT 업계 고용 동향 자료에 따르면, IT 기업들의 올해 신입 개발자 채용 공고는 약 5700명으로 전년(6600명) 대비 900명 감소했다. 반면 경력직 채용 공고는 같은 기간 약 1만600명으로, 지난해(8900명)보다 1600명가량 늘었다. 불황을 대비 중인 IT 기업들이 초보 개발자보다는 이미 검증된 능력을 갖춘 베테랑 엔지니어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는 뜻이다.


일부 코딩 학원이 비전공자 개발 지망생에 지나치게 부실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바람에 IT 기업들의 '선입견'이 강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판교의 한 IT 기업에서 보안 관련 개발을 맡은 엔지니어 C씨(32)는 "개발은 수개월 벼락치기 공부를 한다고 숙련될 수 있는 직무가 아니다.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배우면서 올라와야 하는데, 일부 학원들은 겉핥기식 프로그래밍만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 비싼 돈을 주고 개발자를 채용했는데 막상 할 줄 아는 게 없어 기업이 손해 보는 일이 많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일부 코딩 학원의 허술한 학습 커리큘럼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한다. 실무와 동떨어진 이론 중심의 코딩 교육으로는 기업에 적합한 프로그래머를 양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프로그래밍을 이론 학습과 실제 기업에서 코드를 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작업 사이에는 상당한 갭이 있다. 기업 실무자들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팀 단위로 활동하고 효율적으로 코드를 짜는 노하우를 알고 있는데, 이론만 배워서는 이런 기술을 학습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부트캠프, 탄탄한 정부 지원을 받는 교육 기관은 숙련된 실무자가 수강생에게 코딩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 방식이 자리 잡아 비전공자도 훌륭한 프로그래머로 성장할 수 있다"라며 "이런 도제 교육 과정을 생략하고 이론만 가르치는 일부 사설 학원의 강습으로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송현도 인턴기자 dos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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