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자치구 뉴스] 도봉구, 일평생 무호적자로 살아온 A씨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 상담과정서 발견 구청, 방학2동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가정법원 성, 본 창설 허가신청 접수 이달 초 주민등록발급 신청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도봉구(구청장 오언석)는 70여 년간 무호적자로 살아온 A 씨가 9월 초 가족관계등록부를 신규 등록,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게 됐다고 전했다.
도봉구 방학2동에 거주하는 A 씨는 지난해 10월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지원신청 상담 과정에서 발견된 무호적자다. 이웃에 사는 주민이 A 씨를 주민센터로 동행해 국민지원금을 신청하러 갔다 A 씨의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A 씨는 친부모가 누구인지 모른 채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랐으며, 화교 부부에 의해 입양돼 보육원을 나와 성장했다. 이후 양부모 곁을 떠나 여러 곳에서 가정부 일을 하며 지내다가 수십 년 전 현재 사실혼 관계인 B 씨와 인연이 닿아 B 씨의 어린 자녀를 키워오며 한 집에서 살게 됐다.
수년 전 A 씨는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자녀의 도움으로 가족관계 등록 창설을 시도했으나, 고령으로 보육원 이름조차도 기억을 못 하는 등 절차에 필요한 각종 서류 준비에 어려움을 겪어 포기했다고 한다.
도봉구는 이런 사연을 듣고 A 씨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성(姓), 본(本) 창설 및 가족관계등록창설 허가 신청이었다. 구는 여러 차례 상담을 통해 희미한 A 씨 기억을 되살려 기초자료를 작성, 신분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인우보증인을 찾고,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소속 변호사에 법률 자문, 소송 대행 등 법률 조력을 요청했다.
어려움도 있었다. A 씨에 대한 지원 진행 중 치매 증상이 심해져 요양병원 입소를 앞둔 B 씨는 A 씨와의 말다툼으로 갑작스레 가출, 도봉구 직원들은 경찰과 공조해 다행히 B 씨를 찾아낼 수 있었다. 요양병원 입소 당일까지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인근 모텔에서 주민센터 직원이 함께 숙박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도 마다하지 않았다.
각고한 노력의 결과 A 씨는 구청과 방학2동의 도움으로 지난해 12월 가정법원에서 성·본 창설 허가신청을 접수, 관련기관(경찰서, 민원부서 등)을 방문해 서류를 보완하는 등 행정적 절차를 밟았으며, 9월 초 드디어 주민등록증 발급 신청을 했다.
구는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기 전 선제적으로 A 씨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올 1월부터 사회복지 전산 관리번호를 부여해 생계비, 기초연금 등 맞춤형 복지 지원을 시작했다.
A 씨는 "70여 년 평생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하고, 살아있지만 존재하지 않은 채 살았던 날들이었다. 그동안 가족보다 더 살뜰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도봉구 직원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
방학2동 통합복지팀 정상구 주무관은 ”A 씨가 주민등록 취득 후 현재 계신 지하 방에서 벗어나 안락한 보금자리를 찾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70여 년이라는 시간을 멀리 돌아 인제야 도봉구민이 되셨다. 여생을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응원, 담당 부서를 통해 복지지원 상황을 살피고 도와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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