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주문 1~2시간 내 배달
치열해지는 '퀵커머스 경쟁'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최근 유통업계 내 배송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새벽배송을 넘어 주문 후 1시간 이내 배달되는 '퀵커머스(즉시 배송)'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퀵커머스는 도심 내 소규모 물류거점을 활용해 신속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최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들이 퀵커머스 서비스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미국에서 퀵커머스 주도 기업이 스타트업인 것과 달리 국내에선 배달의민족 'B마트'를 중심으로 GS리테일 '우딜', CJ올리브영 '오늘드림', 이마트 '쓱고우' 등 대기업이 퀵커머스 시장에 진출해있다.
유통업계가 퀵커머스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로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며 온라인 쇼핑 및 빠른 배송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퀵커머스 관련 매출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마트 매출이 포함된 배달의민족의 지난해 상품 매출은 42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92.8% 늘었다. 하나금융투자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35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주요 유통업계의 관심사가 새벽배송에서 퀵커머스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앞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들 역시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 등을 이유로 최근 들어 철수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새벽배송을 운영하기 위해선 지역 곳곳에 물류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다. 또 새벽에 밤샘 작업을 진행해야 하므로 인건비가 기존 대비 1.5배에서 2배가량 더 많이 든다. 결국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경우가 이어지자 새벽배송 사업을 중단하는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롯데온과 GS프레시지 등은 잇달아 새벽배송 사업에서 철수했다.
반면 퀵커머스의 경우, 이를 운영하기 위해 높은 비용을 들여 별도의 물류센터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전국에 퍼진 오프라인 점포가 물류센터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또 퀵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상품을 물류센터에서 배송하는 게 아니라 인근 매장에서 즉시 배송하기 때문에 빠른 배송까지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퀵커머스 시장의 전망도 밝다. 글로벌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는 세계 퀵커머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4480억 유로(약 609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퀵커머스 경쟁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퀵커머스를 통해 기존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신선식품·생필품을 판매하다 보니 이들이 재정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는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당장 시행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소상공인 간 상생을 통한 산업의 발전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정상영 산업통상자원부 유통물류과장은 지난 5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퀵커머스는 유통의 미래인가' 토론회에서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 방향을 묻는 질문과 관련해 "(퀵커머스에 대한) 규제화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며 "시장이 계속 확산될 것이냐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소비자들의 이해관계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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