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박병희 기자] 러시아가 유럽 가스 공급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위기가 에너지 부문에서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스웨덴, 핀란드, 독일 등 주요국 정부는 수십조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 마련 대책을 내놓는 등 비상 개입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이날 에너지 기업에 총 330억 유로(약 44조 원) 규모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미카엘 담베리 스웨덴 재무장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 에리크 테덴 금융감독청장이 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이날 스웨덴 정부는 "전력 회사에 수천억 크로네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출처:AFP연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스웨덴·핀란드, 44조 긴급 수혈=스웨덴 정부는 ‘에너지 기업들이 기술적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며 최대 230억 유로(약 31조 원) 규모의 신용보증 제공 방안을 발표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는 "에너지 기업들이 전력 거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담보금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악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카엘 담베리 스웨덴 재무장관도 "지금은 에너지에 국한돼 있지만 대응에 실패할 경우 다른 금융 시장으로 (위기가) 전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핀란드 정부도 러시아발 전력 가격 쇼크가 에너지를 넘어 금융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며 긴급 지원책을 발표했다.
미카 린틸라 핀란드 경제부 장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미국 은행들의 도미노 붕괴를 언급하면서 "에너지 부문에서 리먼 브러더스 위기가 촉발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갖춰졌다"고 경고했다. 핀란드 정부는 국영 에너지 기업에 100억 유로 규모의 대출·보증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사회 기능에 필수적인 기업의 보호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에너지 기업들이 거래 담보금 폭증으로 유동성이 악화돼 에너지 가격이 더욱 폭등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무역기구인 에너지UK의 아담 베르만 부국장은 "영국 에너지 기업들은 올겨울 유동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에너지 시장은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급격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램버트 커머디티 창업자인 장 프랑수와 랑베르는 "위기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대형 에너지 기업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기업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獨 ‘횡재세’ 걷어 에너지 보조금=치솟는 에너지 가격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독일은 이른바 ‘횡재세’를 걷어 서민을 지원하겠다는 방안까지 나왔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연립정부는 18시간에 이른 마라톤 협상 끝에 ‘3차 인플레이션 부담 경감 패키지’ 채택을 발표했다.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에너지 기업들에 횡재세를 부과해 서민들에게 650억 유로(약 88조 원)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숄츠 총리는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정 기준 이상 이익을 낸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유로 규모의 많은 세금을 거둬 서민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를 겪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독일 정부는 두 차례 가계 지원 대책을 발표했고 이번 650억 유로 지원책까지 포함하면 지금까지 독일 정부의 지원 규모는 950억 유로(약 129조 원)에 달한다.
◆EU, 전력 파생상품 거래중단도 검토=지난 2일 러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주말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주요 7개국 G7 재무장관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키로 합의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으로 풀이된다. G7에 이어 EU 차원에서도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EU 에너지 부처 장관들은 오는 9일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치솟는 에너지 비용 억제를 위한 특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이 입수한 이 긴급회의 초안 문서에 따르면 EU 의장국인 체코가 올린 회의 의제에는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 적용, 전력 관련 파생상품 거래 일시 중단 등을 올라왔다. 초안 문서에서 체코 에너지 장관은 "난방 수요로 에너지 사용이 급증하는 올겨울이 EU 에너지 시장의 회복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며 발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삼성 시총 140조 증발하고 포스코 반토막 날때 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