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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거인의 어깨에 올라 바라본 '한국 외교'의 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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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국 외교의 길', 석학들이 답하다
아시아경제 '외교 오딧세이' 시리즈 총정리
8인의 외교 현인, 한국 외교 조언과 글로벌 정세 진단
미중 선택 딜레마시 '상식의 가드레일'에 따라 판단해야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간어제초(間於齊楚)'란 사자성어는 춘추전국시대에 강대국인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낀 등나라의 지정학적 위치를 나타낸 것으로, '약자가 강자의 틈에 낀 상태'를 뜻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갈팡질팡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그야말로 간어제초라 할 수 있다.

점차 심화되어 가는 미·중 대립과 높아져만 가는 북한 핵실험 가능성, 과거사를 둘러싼 일본과의 대립 등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적 상황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실뭉치처럼 얼키고설켜 있다. 신화 속 '고르디우스의 매듭' 처럼 이를 단번에 풀어낼 묘수가 나타나기를 국민 모두가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책은 이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한 줄기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다. 지난해 아시아경제에서 진행된 '외교 오딧세이' 시리즈를 이끌어갔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가 아시아경제와 코리아헤럴드에서 진행됐던 8인의 외교안보 전문가와의 대담을 엮어 만든 이 책은 미중관계와 북한 문제, 한국 외교가 나아갈 길에 대해 통찰력 있는 진단을 제공한다.


책에는 ▲정세현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한승주 전 외교장관 ▲이종석 전 통일장관 ▲하영선 서울대 명예교수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 ▲김종휘 전 외교안보수석 등 한국 외교의 역사적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해왔던 전문가들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이 입을 모아 우리 외교에 필요하다고 외치는 것은 바로 '자주성'이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미국인에게 태형을 선고한 싱가포르의 '원칙 있는 외교'를 모범으로 제시하며 "한국의 경우는 역대 정부들이 외교적 원칙 중시에 대한 측면을 깊게 고민하지 못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다. 정세현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도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해 승리를 이끌어내고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며 고마워해야 할 부분이지만, 세계 10위 경제권·세계 6위권 군사력을 갖춘 한국은 외교적으로 자국중심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에도 '할 말은 하는 외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승주 전 외교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당시 "한국이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고, 중국에 '상명하복'하는 외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북한과의 통일 문제에 대한 현실주의적 목소리도 담겼다. 이종석 전 통일장관은 '담론'적 측면에서의 통일은 논의할 수 있지만 현실적 측면에서 통일은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는 "우리가 소위 이야기해온 하나의 제도, 사상, 정치체제를 갖춘 통일방식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연합국가 형태의 통일을 가능한 형태로 봤다.

이 책을 엮어낸 황 교수는 석학들의 조언을 기반으로 책 말미에 한국 외교에 10개의 정책을 제언한다. ▲지리적·심리적 제약 넘을 것 ▲미국과의 다층적·다차원적 협력체계 ▲한중 전략적 협력의 구체화 ▲미중간 선택 딜레마시 '상식의 가드레일'에 따라 판단 ▲전략적 모호성과 선략적 선명성의 병행 ▲한반도 평화체제 유관국들의 입장 조율 ▲신경제·신안보 주목 ▲상대국 맞춤형·포괄적 공공외교 ▲정파를 초월한 외교안보정책 ▲조직개혁 등 외교역량 혁신 등이다. 그는 현재 행정안전부 정책자문위원,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글로벌전략협력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한국 외교의 길, 석학들이 답하다|황재호 엮음|한국외국어대학교 지식출판원|204쪽|1만9000원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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