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수연 기자] 지난 1일부터 e심(eSIM·embeded SIM)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e심의 강점으로는 단말기 한 대에서 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는 점이 꼽힌다. 기존의 '투넘버 서비스'와 비슷해 보여 e심 가입을 앞둔 소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심은 이름 그대로 내장된(embeded) 심이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심(USIM)과 동일한 역할을 하지만, 칩이 단말기 안에 내장돼있다. 물리적 삽입이나 교체가 필요 없다. 개통 시 유심은 배송을 기다리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e심은 QR코드로 통신사 프로파일을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번호 이동, 가입, 해지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e심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차이점은 단말기를 '듀얼심'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말기 한 대로 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어, 업무용과 개인용 등 목적에 따라 회선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
앞서 e심 도입 이전에도 통신 3사는 부가서비스로 투넘버 서비스를 제공했다. SK텔레콤의 '넘버플러스II', KT의 '듀얼번호 라이트', LG유플러스의 '듀얼넘버' 등이다.
투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면 기존 번호 외 가상 번호를 하나 더 부여받아 휴대전화 번호 2개를 사용할 수 있어 e심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사용 시에는 차이가 있다. 투넘버 서비스 가상번호로 연락하려면 번호 앞에 *281(SK텔레콤), *77(KT), *77#(LG유플러스) 등을 먼저 입력한 뒤 전화를 걸어야 한다. 문자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번호 입력을 깜빡하면 자칫 기존 번호를 노출할 수도 있고, 매번 번호를 누르기가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가상 번호이기 때문에 투넘버 서비스로 받은 번호는 본인 인증에 활용할 수 없다.
투넘버 서비스에 가입하면 가상 번호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면, e심은 진짜 번호가 2개 생긴다는 점에서 다르다. 가상 번호가 아니라 유심 회선처럼 e심 회선도 이용자 명의로 새로 개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 인증도 가능하다.
이용도 편리하다. 투넘버 서비스와 다르게 전화 걸 때 앞에 복잡한 숫자를 먼저 입력할 필요가 없다. 메인 회선을 사용할지, 보조 회선을 사용할지 지정한 다음 일반적으로 전화를 걸 때와 똑같이 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통신사를 분리할 수도 있다. 투넘버 서비스는 부가서비스로, 한 통신사 내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e심은 각각 다른 통신사나 알뜰폰으로 가입할 수 있다. 필요한 요금제끼리 조합 가능하다.
가격 측면에서는 투넘버 서비스가 더 저렴해 보인다. 투넘버 서비스는 월 3000원대 가격이지만, 현재 KT, LG유플러스에서 출시한 듀얼심 요금제는 월 8800원이다. 투넘버 서비스는 기존 회선의 음성·문자를 사용하고, 듀얼심 요금제에 가입하면 250MB~1GB 데이터를 추가로 받으면서 메인 회선에서 가입한 요금제의 통화, 문자를 나눠쓸 수 있다.
그러나 통신 3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면 다르다. e심 회선으로 통신 3사 외 알뜰폰을 이용한다면 요금 부담을 투넘버 서비스보다도 낮출 수 있다. 예컨대 티플러스의 eSIM표준 요금제는 음성 100분에 문자 100건을 제공하면서 월 2900원이다.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는 월 4~5000원대로 가격이 뛰지만, e심 회선에서 데이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 알뜰폰으로 개통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보인다.
한편, e심 이용을 위해서는 단말기 내 e심이 내장돼있어야 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는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 Z폴드·플립4 모델부터 e심을 쓸 수 있다. 아이폰은 지난 2018년 출시한 아이폰 XS부터 e심 이용이 가능하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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