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만 24개 구역 추진, 최근 8곳 추가 선정
주민동의율 확보·시공사 선정 등 성과 가시화 속
반대 목소리도 커져…비대위, 서울시청서 항의 집회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년 전 시작된 공공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비계획 입안이 가까워졌거나, 시공사를 선정한 사례도 나왔다. 하지만 사업이 가시화될수록 사업 추진에 반대하는 주민들도 목소리를 키우면서 잡음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사업 대상지를 늘리고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설정했던 초기 주민동의율 설계가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는 32개 구역이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24개 후보지에서 지난 26일 8개 구역이 추가됐다. 공공재개발은 노후화돼 재개발이 필요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역의 주거여건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업방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했지만 현 정부에서도 이 사업방식을 계승했다.
후보지가 늘어나고, 시행 2년이 지나면서 사업이 가시화되는 사업장도 점점 늘고 있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보몽땅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사업지 24곳 중 21곳이 정비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구 신설1구역과 전농9구역은 사전기획을 끝내고 이달 초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정비계획 수립절차에 착수했다. 관련기관 협의, 주민공람 등의 절차를 거쳐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전기획 심의를 끝낸 동대문구 용두1-6구역은 지난 27일 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공공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 공공재개발 후보지 중 첫 시공사 선정 사례다.
송파구 거여새마을 역시 지난 17일 사전기획안 주민설명회를 진행하며 정비계획안 수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자리에서는 종전 용적률 231%, 최고 높이 25층에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용적률 273.63%, 최고 35층으로 사전기획안을 변경하는 내용이 논의됐다. 주민설명회는 사전기획 최종안을 마련하기 위한 전 단계로, 최종안이 만들어지면 정비계획 입안 절차에 나서게 된다.
하지만 이들 후보지에서는 여전히 공공재개발 찬성·반대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 주민들이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은 민간재개발 사업지에서도 으레 겪는 일이지만 이들은 집단 행동에 나서며 공동의 목소리를 키우는 모양새다.
서울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공공재개발 반대를 위한 비대위는 전날 서울시청 앞에서 사업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비대위에는 공공재개발 1호 사업지인 흑석2구역을 비롯해 앞서 언급한 거여새마을, 신길1구역, 용두1-6구역 비대위도 이름을 올렸다.
비대위는 "공공재개발을 반대하는 구역들은 면담 신청, 진정서 제출로 반대의사를 분명히하고 있지만 공청회나 주민을 설득하는 합리적 절차도 없이 추진을 강행하고 있다. 주민들을 갈라치기 해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재개발이 무산될 때까지 집회,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 등 모든 절차를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흑석2구역 비대위는 지난해 12월 동작구청을 상대로 주민대표회의 승인 및 서울주택도시공사(SH) 시행사 지정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된 바 있다. 강북5구역은 현재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비업계에서는 공공재개발 신청을 독려하고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만든 주민동의율 설계가 오히려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 초기 공공재개발은 10%라는 낮은 주민동의율로도 신청이 가능했고, 추진 시 필요한 주민동의율도 민간 재개발(토지등소유자 75%) 보다 낮은 66.7%로 설계했다. 조합이 있는 경우라면 조합의 50% 동의만으로도 LH·SH 등 공공사업시행자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후 논란이 되면서 신청 동의율을 30%로 확대하고, 추가 동의율 확보를 독려하고 있지만 기존 사업지에서는 이를 근거로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흑석2구역, 강북5구역 등 상가가 밀집돼있으면서 기존 재정비촉진구역인 경우, 면적요건이 제외된 것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상가소유주의 경우 재개발 기간 동안 임대수입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정비촉진구역은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을 적용해 주민동의율 50%만 달성하면 사업시행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면적요건이 생략된 것이다. 비대위에 따르면 흑석2구역의 경우 주민동의율은 60%를 넘겼지만 토지면적으로 따지면 찬성 주민들은 3만1107㎡ 중 4290여㎡(약 13%)만 소유하고 있다.
사업이 속도를 낼수록 반대하는 이들도 목소리를 키우면서 진통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 곳곳에 마찰이 생기며 사업을 더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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