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작용하는 마늘 듬뿍
느끼함 없이 깔끔한 국물
수많은 시도 끝 찾은 비법비율
'손석희 맛집'으로도 유명
[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해외에서 밥 몇 끼 먹었다고 그새 속이 느글거린다. 느끼해 죽겠다고 하니 동료들은 한국인의 ‘마늘력’이 떨어진 탓이라고 웃어댔다. 하긴 외국에서는 마늘을 볶아 만드는 알리오 올리오에도 고작 세 톨을 쓴다고 한다. 속이 느끼한 게 다 마늘 부족에서 오는가 싶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는 가스버너 앞에 앉아 칼칼한 찌개를 소주와 함께 들이붓는 상상을 무한 반복했다. 결국 귀국하자마자 친구들에게 SOS를 쳤다. ‘여의도 희정식당으로 오후 7시까지 집합’.
희정식당은 서울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1번 출구 인근 상가 지하에 위치해 있다. 1988년 개업해 올해 34년이 된 식당이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마늘 맛이 강렬한 부대찌개다. 처음 찌개를 떠먹으면 입안 가득 알싸한 맛이 올라오는데, 마치 계림의 마늘 닭볶음탕 국물이 떠오른다. 흔히 부대찌개에 들어가는 치즈도 넣지 않는다. 마늘, 소시지, 다진고기와 파채로 맛을 내 국물이 느끼함이 없이 깔끔하다. 사장님에게 왜 마늘을 많이 넣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마늘이 항암작용을 하잖아, 몸에 좋은데 많이 넣어야지"라고 답했다. 이어 마늘만 많이 넣어서는 찌개가 맛이 없다고, 수많은 시도 끝에 고안해낸 이 집만의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마늘이 많이 들어간 찌개는 뭉근히 끓을수록 맛을 낸다. 이곳도 그렇다. 다진 마늘은 계속 끓면서 어느새 달큰한 맛으로 변하고, 다진 고기도 혀에 감기는 감칠맛을 내기 시작한다. 술과 곁들여 그간 못한 이야기를 오래 하기 좋다. 이야기가 무르익으면 찌개에도 끈적하고 진한 맛이 들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이곳은 여의도 직장인들의 성지로 꼽힌다. 특히 여의도 방송국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핑클도 줄을 서서 먹었다는 전설이 있지만, 무엇보다 MBC 시절 자주 들렀다는 ‘손석희 맛집’으로 유명하다. 사장님은 이곳에서 34년 동안 진득하게 장사를 했다. 여전히 직접 부대찌개를 손님상에 서빙하고, 또 다른 메뉴인 티본 스테이크를 직접 철판에서 굽는다. 불은 지금 줄여야 한다며 일일이 손님 상을 보며 신경을 쓴다. 희정식당이라는 이름은 원래 있던 가게 이름을 그대로 인수한 것이지만, 어릴 적 일찍 세상을 뜬 큰딸의 이름이기도 하다. 사장님이 특히 가게에 애착을 갖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이유다.
친구들과 부대찌개를 떠먹으며 먹고사는 이야기를 또 한참 했다. 직장인이 다 그렇듯 일상은 생마늘마냥 알싸하고 어딘가 아린 맛이다. 우리도 펄펄 끓고 나면 맛이 들겠지, 한참 끓고 나면 진하고 뭉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겠지. 가스불 앞에 식은 소맥으로 건배를 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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