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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 건강]코로나 유행시대 최대 피해자는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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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자극 줄어 그대로 두면
초등 연령에 학업·사회성 저하
맞춤형 발달지원 제도 마련해야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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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초부터 시작돼 거의 2년을 끌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제 끝을 보이는지 조금씩 삶의 제한들이 풀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질병은 우리의 삶을 제약하고 긴장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는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적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서는 성인들에게 우울, 불안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했고, 특히 젊은이들과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으며, 젊은이들의 자살사고마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없어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 피해자들이 있으니 바로 우리의 영유아들이다. 출생 후 세 돌까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두뇌의 구조와 기능이 빠르게 변한다. 이 시기 친근한 주변 어른들로부터 정서적 교감, 적절한 자극, 안전한 환경이 결핍되면, 정서조절과 의사소통에 필요한 필수 신경회로 형성에 문제가 생긴다.


실제 영유아기에 심각한 방임을 경험한 아이들은 언어적 지능, 정서조절 능력, 공감 능력, 사회인지 능력이 건강하게 자란 아이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심지어 학령기 이전에 교정되지 않으면 일부 기능은 손상된 상태로 자란다고 한다.


좀 더 단정적으로 예상하면 코로나 시기 마스크 착용이나 고립된 삶을 통해 언어적 자극이 줄어든 어린아이들을 그대로 두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에 이르러 지능 70~80 정도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학생으로 성장해 학업 능력과 사회성 저하로 인해 적응이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정춘숙 의원실의 2021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 교사의 75%가 유아들의 언어발달 지연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 네이처에서도 ‘팬데믹 세대(Pandemic generation)’라는 제목하에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에서 시행된 발달 연구에서 코로나 유행 이후 아이들의 언어, 행동, 인지 발달이 지연되고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논문에서는 영유아기의 두뇌는 회복 탄력성이 크기 때문에 코로나 유행이 끝나고 사회가 정상화되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도 던지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코로나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가 길어지고, 아이들의 발달을 지원하는 제대로 된 정책을 준비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좀 더 암울한 미래가 예측된다.


지금이라도 우리 영유아기 아이들의 언어, 사회성, 인지 발달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조사해서 문제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정상 발달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지금 대학병원, 개인병원 할 것 없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 발달지연을 호소하는 유아들이 넘쳐나 예약이 밀려 있다고 아우성이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코로나 유행을 겪으며 우리 어린아이들에게 위기가 닥친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소홀히 해왔던 영유아기 아동의 발달과 정신건강을 공적인 영역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부모도 모른 채, 두뇌 기능 발달에 문제가 생긴 어린아이들을 방치해 평생 잠재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내버려 두면 우리 미래가 암울해진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고 발달지원 제도를 위한 예산과 정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유능하고 행복한 미래가 가능하다.


신의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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