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올겨울 영국 내 가계의 에너지 요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축소 여파로 전기·가스 요금이 1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르면서다.
27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영국의 에너지 부문 규제 기관인 오프젬(Ofgem)은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에너지 요금 상한을 표준가구 기준 연간 3549파운드(약 558만원)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요금 상한은 에너지 공급업체가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전기·가스 요금의 최대치를 의미한다. 영국은 2019년 1월부터 이를 도입해 업체의 과도한 에너지 요금 부과를 규제하고 있다. 요금의 상한은 오프젬이 가스 도매가격 등을 고려해 결정하며, 실제 가구가 내는 요금은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달라진다. 거주지역이나 요금납부 방식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이날 오프젬이 발표한 에너지 요금 상한은 현행 상한액 1971파운드(약 310만원)보다 80% 높은 수준이다. 또 지난해 요금이 1277파운드(201만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3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는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은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를 보복하는 차원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양을 대폭 줄였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지난달 27일부터 노르트스트림-1을 통해 유럽으로 보내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가스관 용량의 20%로 감축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가 아예 공급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면서, 유럽 내에선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함께 에너지 위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로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의 가스 선물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약 321유로(약 4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날보다 10%가량 치솟은 수치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 345유로에도 근접한다.
한편 영국 내에서는 오프젬의 에너지 요금 인상분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이미 10%를 넘은 상황에서 에너지 요금의 급등까지 이어진다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진다는 비판이다.
특히 에너지 취약계층의 비용 부담 우려가 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한 자선단체는 이번 겨울 수백만명이 에너지 빈곤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일부 저소득층이 가계 예산의 47%를 에너지 비용에 사용한다고 추산하며, 올겨울엔 난방과 식사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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