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정부 출연연 개발 재난대응과학기술 소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런 기술, 진작에 나왔으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 폭우가 내린 후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서울 신림동에서 세 가족이 침수가 시작돼 반지하에 갇힌 후 몇 시간 동안이나 구조 요청을 했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모두 사망한 사건은 국민들에게 안타까움과 큰 충격을 줬다. 태풍과 홍수 등 자연 재해는 물론 붕괴ㆍ화재 등으로 각종 재난으로 인한 인명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재난을 예측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하며 안전하고 신속히 피해 현장을 복구하는 과학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 소방관을 슈퍼맨으로
건물 붕괴나 화재 등의 재난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이 소형 굴삭기처럼 엄청난 괴력을 발휘해주도록 하는 장비가 있다.2021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재난대응 특수목적기계'다. 이 장비는 4개의 무한궤도 하부 모듈 위에 사람의 양 팔 역할을 하는 6m 길이의 작업기 1쌍이 달려 있다. 이 장비에 탑승한 소방관은 '슈퍼맨'이 된다. 작업기를 이용해 최대 200kg의 장애물을 치울 수 있고, 22mm 두께의 철근을 절단하고 시멘트를 부수며 특수 합판도 뚫을 수 있다. 화재ㆍ붕괴 현장에서 신속히 인명을 구조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지난해 말까지 각종 유형의 재난 대응 시나리오에 맞춘 현장 테스트를 마쳤으며, 건설ㆍ산업 현장과 대규모 농업 현장, 국방현장 등에 투입될 계획이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생명 구조
화재, 폭발, 붕괴 등 실내 재난에 투입된 구조대원들에겐 어둠과 연기, 먼지 등으로 앞을 볼 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부상으로 의식이 없는 매몰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칫 화염과 연기에 질식해 구조대원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지난 2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소방관의 헬멧이나 휴대전화처럼 들고서 피해자의 생체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전파의 투과성을 이용해 장애물 뒤의 상황과 피해자의 존재 여부를 파악해 신속ㆍ정확한 인명구조가 가능해진다. 특히 임펄스 무선 초광대역(IR-UWB) 레이더 센서를 이용해 미세한 매몰자의 움직임도 알아 내며, 고정밀 주파수변조연속파(FMCW) 레이더 센서 기술로 움직임 없이 호흡만 하는 사람도 탐지할 수 있다.
◇AI로 강우 예측해 침수 막는다
예상치 못한 폭우가 잦아지면서 이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AI 기반의 딥러닝 기술로 강우의 발생 횟수와 정도, 홍수 가능성 등을 예측하는 'ConvLSTM2D' U-Net 신경망 구조 모델을 개발했다. U-Net CNN 알고리즘에 데이터 연속성까지 고려할 수 있는 모델이다. 'Convolution' 연산으로 해상도를 높이며 시공간적인 상관관계를 포착할 수 있다. 인공신경망 기법을 통해 보다 정확한 수해 예측이 가능해진다면 신속한 대비를 통해 인적, 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
◇ 불 나자 10초만에 비상벨
화재는 특성상 얼마나 빨리 감지기가 작동해 진화에 들어가느냐가 피해의 크기를 좌우한다. 감지기가 빨리 작동하면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화마에서 구해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화재경보기는 빈번한 오작동 뿐만 아니라 발화 1분 이후에나 감지가 가능해 큰 피해가 불가피했다. 이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는 지난해 6월 가스렌지나 라이터 등 사람이 사용하는 불과 실제 화재를 구분해 인식, 발화 10초 내에 알려주는 지능형 화재 감지기를 개발했다. 적외선센서와 적외선 열화상센서를 결합한 융합센싱기술로, 불꽃의 특정 이산화탄소 파장대를 검출하는 방식으로 빠른 화재 경보가 가능해졌다. 열화상 좌표를 통해 국소 공간의 자동 소화도 가능하며, 오경보율은 3% 이내로(기존 34~50%) 신뢰성도 훨씬 높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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