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국제유가가 하반기 추가상승을 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유럽 에너지 위기로 석유 수출이 늘고 있어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8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4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달 저점인 86.53달러(8월 16일)를 기준으로 하면 약 10%가량 오른 것이다. 국제유가는 8월 중순 이후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원유재고가 2주 연속 줄어들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각된 것이다. 미국 휘발유 리테일 가격도 안정되며 휘발유 재고도 3주 연속 감소세다.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 장관이 원유 선물 가격이 펀더멘털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우디를 비롯한 OPEC의 감산 가능성을 언급해 공급량 축소 경계 심리가 반영된 것도 유가 상승을 자극했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7~8월 중 일일 64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 9월 증산량은 일일 10만배럴로 대폭 낮아진 상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초에 열릴 OPEC 정례회의에서 10월 감산 논의가 전개될 수 있지만, 앞으로 원유 수요에 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OPEC의 시선이 갈리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여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원유 수요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지고 있지만 유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미국이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방출하고 있음에도 상업용 원유 재고가 줄고 있어 공급 부족 우려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로 유럽의 석유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발전용 연료를 가스에서 석유로 대체하면서 미국의 유럽향 석유 수출 물량은 크게 늘고 있다.
유가의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당분간 국제 유가는 박스권 내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올해 4분기에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여지도 크다. 전략비축유 방출 종료(10월 말)와 유럽 에너지 위기 경계감 등이 반영되며 유가가 한때 상승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규연 연구원은 “하반기 추가상승 여지가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내년부터 고강도 긴축 여파로 글로벌 경기 둔화 압력이 커져 원유 실수요가 줄고 유가는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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