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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살아진다"…목 놓아 새기는 마지막 '서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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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소리 좋아하는 이 치고 내력 없는 사람이 없던디. 손님은 어떤 내력을 지녔소."


창작 뮤지컬 ‘서편제’에서 시력 잃은 송화가 50여년 만에 의붓동생 동호을 마주하고 건네는 말이다. 내력은 기구하기 이를 데 없다. 아버지 유봉을 따라 소리꾼을 꿈꾸던 송화와 동호. 어머니를 잃고 각별한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 동호는 아버지의 소리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한다. 저항과 증오로 맞서다 자신의 소리를 찾아 떠난다.

송화는 아버지 곁에 남아 소리에 매진한다. 득음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송화는 진척이 더디고 동호가 걱정돼 포기하려 한다. 이를 눈치 챈 유봉은 송화의 두 눈을 멀게 한다. 서양 소리에 빠진 동화는 승승장구하지만 누이의 소리를 잊지 못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찾아 헤맨다. 50년 만에 만난 송화는 동생의 북장단에 소리를 풀어낸다. 득음의 경지에서 가슴에 맺힌 한(恨)을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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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과 소리, 억압과 예술을 다루는 ‘서편제’가 10월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2010년 처음 보인 공연의 마지막 시즌이다. 원작인 이청준 작가의 동명소설 사용 기간이 올해로 만료된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관객 발길이 줄을 잇는다.


대중에게 익숙한 ‘서편제’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걸으며 소리하는 모습이 관객의 가슴속에 감명을 아로새겼다. 신인 국악인 오정해는 명창과 열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뮤지컬의 완성도도 뒤지지 않는다. 윤일상 작곡가, 조광화 작가, 이지나 감독, 김문정 음악감독 등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제작진이 참여해 감동을 자아낸다. 판소리·팝·록·발라드 등 다양한 선율과 유랑하는 인생을 표현한 회전 무대, 한국화 400여 장을 빛으로 표현한 영상과 조명으로 공감을 배가한다.

특히 노래 ‘살다 보면’의 가사는 한을 어루만지기에 부족함이 없다. "돌아가신 엄마 말하길/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그말 무슨 뜻인진 몰라도/기분이 좋아지는 주문 같아/너도 해봐 눈을 감고 중얼거려/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 구슬픈 가락이 더해져 무대 밖에서 제법 많이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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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송화를 연기한 배우는 여섯 명. 이자람, 차지연, 유리아, 홍자, 양지은, 홍지윤 등이다. 아무리 멀티캐스팅이 빈번하다지만 유례가 드물 만큼 많다. 색깔은 제각각이다. 이자람과 차지연은 초연부터 아름답고 애절한 소리로 무대를 지킨다. 중도에 투입된 양지은과 홍지윤은 국악 전공자답게 구수한 전통 가락을 선보인다. 시시각각으로 분위기가 변해 N차 관람을 유발했다.


엄청난 흥행 실적을 기록한 건 아니다. 판소리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탓에 뮤지컬 주요 수요층인 20~30대의 유입이 미약했다. 동명영화나 소설의 감동을 새롭게 느끼려고 찾은 50~60대가 주를 이뤘다. 제작진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유지하겠다는 사명감으로 공연을 이어왔다. 이지나 감독은 "누군가는 한국적 소재로 뮤지컬을 계속 창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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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제’는 절정에서 송화가 득음으로 전하는 한풀이만으로도 관람할 가치가 충분하다. 기구한 삶의 질곡을 풀어내며 한국인 특유의 한을 자극한다. 한국 창작 뮤지컬에 빛나는 의기를 남긴다.


"심봉사 이 말을 듣고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게 웬 말이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어디 어디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꿈쩍 꿈쩍 꿈쩍 꿈쩍 꿈쩍거리더니 번쩍, 떴구나."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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