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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 자전거 도둑과 대통령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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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국제부에서 내근을 하면서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카카오맵 기준으로 해방촌 집에서 충무로 회사까지 자전거를 타면 16분이 걸린다. 명동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하는 버스의 경우 13분이 더 소요된다.


자전거를 산 지는 10년쯤 됐다. 당시 주말용 기사를 쓰려고 주말마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남산도서관을 왕복했는데, 더 편하게 다니고 시간도 줄이고 싶었다. 왕복 30분용 자전거가 비쌀 필요가 있나. 카본, 알루미늄 등 가벼운 소재로 프레임을 만든 비싼 자전거도 많았지만 가격이 싼 무거운 자전거를 구매했다. 가벼운 자전거는 대충 2~3배 정도 더 값을 쳐줘야했다. 무게 18㎏인 내 자전거를, 인터넷에서 사람들은 ‘철TB’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MTB에서 M을 떼고 무거운 철(Fe)의 의미를 담은 것이다.

지인들과 식사나 술 자리에서 내 자전거는 철TB라 도둑맞을 일이 없다고 했다. 실제 그랬다. 언젠가 2시간30분짜리 마블 영화를 보러 가면서 자전거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는데 자전거는 그대로 있었다. 퇴근하면서 아침에 자물쇠를 채우지 않았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자전거 도둑은 없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선배로부터 자전거 도둑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는 어느 기업 임원의 사연을 들려줬다. 임원은 운동을 목적으로 수백만원짜리 자전거를 한 대 샀다.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나간 첫날, 잠시 쉬는데 젊은 여성이 좋은 자전거를 타신다며 관심을 보였다. 여성은 한 번 타 봐도 되느냐고 물었는데 임원은 설마 하면서도 차마 거절을 못했다. 자전거에 올라탄 여성이 서서히 임원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임원이 ‘어, 더 가면 안 되는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여성은 임원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는 이야기.


시간이 지난 뒤 여성의 자전거 도둑으로서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1948년 이탈리아 영화 ‘자전거 도둑’을 생각하면 의구심은 더 커졌다.

자전거 도둑은 자전거 도둑의 시대를 보여준다. 모든 것이 무너진 2차 세계대전 직후. 평범한 철공소 노동자를 캐스팅해 여전히 폐허인 로마 시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영화는 세상 가장 불쌍한 가장의 얼굴을 보여주며 끝난다. 주인공은 끝내 생계 수단인 자전거를 도둑맞고 처자식을 어떻게 먹여살릴지 고통스러워하며 울먹인다.


자전거는 생계 수단으로 가치를 잃었지만 레저·운동용으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다만 철TB를 타고 고가 자전거 틈에 끼어 한 번씩 한강도 달리고, 남산 업힐도 해보면서 늘 자전거 가격의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궤변이지만 여성도 영화에서처럼 자전거 자체를 절도 대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자전거에 매겨진 가격을 노렸기 때문에 자전거 도둑이라고 하기 애매한 것은 아닐까.


전 세계 대통령들의 수난 시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이라는 기사가 잇따르더니 최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도 크게 떨어졌다. 숄츠는 과거 은행 탈세를 도왔다는 의혹 때문에, 기시다는 자민당과 통일교의 관계 논란 때문에 지지율이 추락했다.


물자가 풍족해져 과거처럼 대규모 수요를 창출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는 힘들어졌다. 기자처럼 물건 가격이 정당한 것인가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는 듯하다. 그만큼 대통령 지지율 끌어올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와 무관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으니….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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