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인플레 감축법' WTO 제소 검토

이창양 장관 "인플레감축법 우려…WTO 제소 검토 중"
북미산 전기차만 보조금 지급…아이오닉 5 등 제외
국내 배터리 업계도 비상…LG엔솔 등 中 의존도 높아

답변하는 이창양 장관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8.22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RA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IRA가 나오자마자 통상교섭본부장 명의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WTO와 자유무역협정(FTA) 규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명한 IRA는 미국 등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법이다. 법에 따르면 미국산 신형 전기차는 1대당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오르려면 내년부터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의 원산지 비율이 각각 50%, 40%를 넘어야 한다. 핵심광물 원산지 비율은 2027년 80%로 상향된다.

IRA는 사실상 전기차 신흥강자로 부상 중인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지만 한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이오닉5, 기아 EV5 등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출하는 전기차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모델 5개 모두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이유다. 국내 완성차가 보조금을 지급 받지 못하면 미국산 전기차 대비 가격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비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는 중국산 원재료 의존도가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올 1~7월 중국 수입 비중은 84.4%에 달했다. 코발트와 천연흑연의 중국 수입 비중도 각각 81%, 89.6%를 기록했다.

정부는 미국에 여러 경로를 통해 IRA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IRA 관련 WTO 제소를 검토하고 나선 것도 미국 측에 강력하게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음달 초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장관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며 IRA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설립할 전기차 전용공장을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당초 현대차는 조지아주 공장을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다만 현대차는 IRA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지아주 공장을 오는 10월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기 착공 실현시 공장 완공 및 양산 시점은 계획보다 약 6개월 빠른 2024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