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웨스턴대 '저렴하고 간편한' 테플론 분해법 발견
"아직 갈 길은 멀다…계열 물질 워낙 다양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류의 99%는 이미 중독됐다'. 2020년 3월 개봉한 영화 '다크워터스'는 '절대 분해되지 않는 초고강도 화합물' 테플론의 환경 오염 문제를 다루면서 이같이 경고했다. 테플론, 즉 불소계면활성제(PFAS) 계열 화합물들은 후라이펜 등 요리 도구나 방수 의류, 과자 봉지 등의 코팅제로 널리 쓰인다. 그러나 토양ㆍ물에 섞여 인체에 축적될 경우 유해하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제거 방법을 고안해내긴 했지만 자외선(UV) 처리와 섭씨 1000도 이상의 고온·고압 등 비용이 많이 들고 소각할 경우 환경 오염의 우려도 높았다. 최근 미국 연구팀이 저렴한 비용에 간편하게 이같은 화합물질들의 일부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소재 노스웨스턴대 연구팀은 지난 18일 과학전문학술지 사이언스에 이같은 처리 방법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저렴한 첨가제와 섭씨 100도 정도의 온도만 가해도 PFAS 계열 화합물 중 가장 흔히 쓰이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논문이었다.
이에 따르면 PFAS 계열 화합물들은 자연계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적 결합의 하나인 탄소-불소간 결합으로 이뤄져 있어 엄청난 강도를 자랑한다. 문제는 자연계에서 녹거나 분해되지 않는 이 물질들이 토양, 물 등에 축적돼 인간이나 동물, 식물이 흡수할 경우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미국에서는 97%의 미국인의 혈액 속에서 PFAS 계열 물질들이 발견됐고, 갑상선 질환, 암 등 중증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이 강력한 결합을 깨는 것 보다는 이 화합물들의 분자에 결합돼 있는 산소 원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PFAS가 함유된 물에 흔히 쓰이는 유기성 액체 용매인 다이메틸설폭사이드(DMSO)와 세제ㆍ비누를 넣고 가열한 결과 10종의 PFAS 계열 화합물들이 무해한 물질로 분해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 특히 2009년 기형아 출산율을 높이고 각종 암과 갑상선 질환, 만성 신부전 등 중증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과불화옥탄술폰산(PFOA)도 이같은 방법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PFAS들이 분해될 때 일반적으로 예측했던 것과 달리 탄소들이 한 번에 하나씩 떨어져 나오기 보다는 2~3개씩 뭉쳐서 떨어져 나온다는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까지 개발돼 사용 중인 PFAS 계열 화학물질들은 1만2000종이 넘는다. 게다가 이번 연구팀이 제시한 제거 방법은 유독성이 가장 잘 알려진 PFOA 계열의 화합물들에 대해선 작동하지만 또 하나의 널리 알려진 PFAS인 PFOS 계열 물질들에 대해선 쓸 수가 없다. 분해 때 대규모로 사용될 DMSO가 또 다른 오염원이 될 수도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PFAS를 연구하는 다른 과학자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면서 "최종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지만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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