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그래디언트'는 의료 인공지능(AI) 전문 데이터라벨링 기업이다. 그동안 의사 등 전문가가 하던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 단층촬영(CT) 분석을 의료AI로 대체했는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가공하는데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다. 인그래디언트는 이러한 의료 데이터를 빠르고 손쉽게 가공하는 '메디라벨'을 개발했다.
메디라벨을 통해 환자의 뇌경색이 어느 부위까지 퍼졌는지, 종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AI가 파악하는 데 용이해진 것이다. 메디라벨은 딥러닝 학습으로 복잡하고 처음보는 병변에 대해서도 구역을 잘 정해 표시를 해준다. 또한 암세포의 부피까지 측정이 가능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이 효과를 제대로 보면 치료 일정이 빨라지고 의료 비용도 줄어 환자의 생명 보호와 후생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이준호 인그래디언트 대표(사진)의 설명이다. 메디라벨은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서울성모병원 등을 비롯해 의료AI 기업들에 공급됐다. 매출액은 지난해 2억5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에만 1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성장세다.
이 대표는 데이터라벨링 기술을 의료뿐 아니라 제조업에 접목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삼성전기와 협력해 이미지 기반으로 반도체 공정에서 불량품을 솎아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암세포를 찾는 것과 반도체 불량품을 찾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반도체를 시작으로 타 분야에 확대 적용하는 방향을 장기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음달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제의료영상처리학회(MICCAI) 2022 회의에 참석한다. MICCAI는 의료 AI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학회다. 그는 "동남아는 AI산업 분야에서 외국계 기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라며 "한국의 의료AI 기업들의 수출 실적도 동남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그래디언트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함께 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성능 평가 방법에 대한 국제 표준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그래디언트에선 전직원 26명이 모두 원격근무를 한다. 한 팀장은 2년 전부터 캐나다에서 일하고 있고, 또 다른 팀장은 워케이션 방식을 활용해 2주째 스페인에 체류하며 근무한다.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직원들이 각자 원하는 최고의 근무 환경에서 일하길 바란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