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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K-우먼]"환경재단 사무국장 추천 부탁 전화에 '내 자리'라고 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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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최열 이사장 인터뷰 접하고 일해보고 싶다 생각
어려운 순간 이긴 비결은 선택과 집중
재단일 위해 학업·육아 내려놓기도
환경문제 해결 파트너로 기업 동참
"기업이든 정부든 동조하는 사람 없으면 문제 해결 어려워"
그린리더 인구 10% 목표, 에코 캠퍼스 설립 추진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오는 10월 개최하는 여성리더스포럼에서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들을 '파워 K-우먼'으로 선정합니다. 인종·국경·장애 등 경계를 극복하고 도전하고 무너뜨린 인물들을 '파워 K-우먼'으로 정했습니다. 차별에 위축되거나 경계에 갇히지 않고 맞서 싸운 사람들의 가치를 널리 알려 청소년과 여성 등에게 새로운 리더십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친 세상에 위로를 주고, 누군가의 롤모델로 자리 잡아 공동체가 다시 나아갈 힘을 줄 것입니다.

일시 | 2022년 10월 19일(수) 오전9시~오후5시20분
장소 |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2F)

[파워 K-우먼]"환경재단 사무국장 추천 부탁 전화에 '내 자리'라고 답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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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가 중요해서, 비정부단체(NGO) 적성에 맞아서 다니다 보니 못난 나무가 산을 지켰다고 칭찬도 받네요. 저는 ‘이너 보이스(내면의 소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의 재단 근속연수는 환경재단과 같은 20년이다. 후배들은 이 대표의 추진력을 ‘가혹하다’고 하지만 그 뚝심이 20년을 만들어냈다. 재단에서 20년간 뿌리 내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대의(大義)’였다. 이 대표는 "소득이 늘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생명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신념과 확신이 있었다"며 "지금도 훌륭한 결정을 했다며 스스로가 대견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삼성 봉사단에서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96년 프랭클린코비의 한국 파트너사인 한국리더십센터에서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만드는 작업, 마케팅 업무 등을 도맡았다. 이곳에서 ‘인식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삶에서 ‘존재 이유’를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이 정작 가야 할 방향은 찾지 못한 상태였다. 서른여덟에 임신을 한 후, 퇴사하고 박사과정까지 등록하고도 말이다. 이 대표는 "임신 8개월 차 때 회사를 관두고 박사과정을 보내면서 교육 분야 기업으로 오라는 제의도 받았지만 학문 쪽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여성포럼 인터뷰_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여성포럼 인터뷰_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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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찰나에 이 대표는 우연히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의 인터뷰를 접했다. 미국에서 환경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골드만 상을 받은 최 이사장이 6년 만에 한국에서 환경재단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국내에는 환경단체를 돕는 재단이 전무했다. 이 대표가 ‘저런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지 며칠 후에 NGO 활동가였던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사무국장을 채용하는데 추천해달라는 전화였다. 이 대표는 "전화를 받고 ‘내 자리’라고 말했다. 이력서를 쓰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조건 좋은 곳에서 제의받았을 때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지만 환경재단 이력서를 쓸 땐 달랐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사무실도 없고, 허가도 받지 않은 재단의 첫 직원으로 처음 출근하던 날 밟았던 마루의 촉감까지 기억한다. 큰 아들의 돌잔치 3일 후였다. 그는 "붓기가 덜 빠져서 임산복을 입고 출근했는데 마루를 디뎠을 때 그 자부심이, 이렇게 훌륭한 조직의 일원이 되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이 대표가 20년간 환경재단에 몸 담으며 어려운 순간을 이겨낸 방법은 ‘선택과 집중’ ‘뒤돌아보지 않기’다. 박사과정과 엄마로서의 역할, 재단 사무국장 중 두 가지를 내려놓았다. 학업을 정리했고, 육아는 ‘돈으로’ 해결했다. 이 대표는 "이모님이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 아이를 돌봐주셨다. 그분에게 드린 돈이 월급과 같았다"며 웃었다.

환경재단은 환경관련 연구와 교육, 환경 보호 활동을 지원하는데 출범 초기에는 기업 기부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부분에는 비판적인 인식도 컸다. 환경재단은 매출의 1만분의 1을 환경운동에 기부하게끔 하는 ‘만분클럽’, NGO 활동가들의 석·박사 과정 지원 등을 통해 환경 경영을 알렸다.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자는 재단의 방침을 설득시키는 일은 이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이 대표는 "지식인, 학계, 언론, NGO 모두 기업과 사업을 도모하는 것에 굉장히 부정적이었는데 환경재단이 가장 큰 역할을 한 부분이 기업을 환경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동참하게 한 일"이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이 불면서 기업을 파트너로 대하는 요구들이 늘어났는데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기업이든, 정부든 우리와 동조하는 사람이 없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강조했다.


여성포럼 인터뷰_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여성포럼 인터뷰_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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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에서 보낸 20년 중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후원자’들과 환경운동가 동료들이었다. 4대강 사업 당시 정부에 반대해 탄압받던 시절에도 환경재단의 모금액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그때 나에게 그만둘 것이라고 하기도 했고, 아이가 어려서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할 때였지만, 진심으로 지지하고 후원해주는 분들에게 응원받았다"며 "자신을 촛불처럼 태우는 환경운동가들이 등불 같은 역할을 해줬다. 재단에서 맺은 인연들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초창기 환경재단은 2억 원의 출연금으로 시작했지만 지난해에는 79억 원을 모금했다. 누적 모금액은 1000억 원에 달한다. 교육사업 외에도 환경재단은 서울환경영화제, 크루즈 환경연수 프로그램 ‘그린보트’,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환경재단은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실천하는 사람인 ‘그린리더’ 145만 명을 배출했고 500만 명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가 하이브 사외이사로 합류하게 된 이유도 ESG로 기업들과 시너지를 내보기 위해서였다. 우리나라에 여전히 반기업 정서가 강하고 탄소중립과 실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대표는 "ESG라는 용어는 한때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여전히 ESG가 모호하다는 이야기들도 한다"며 "‘E(환경)’에 집중해야 한다. 결국 탄소 감축이라는 단일한 주제가 엄청나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에너지도 바꾸고 업사이클도 하면서, 여러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여전히 기업에 대한 선망과 멸시가 병존하고, 기업들이 탄소도 줄이면서 경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이 ESG의 허들"이라면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ESG 경영을 잘해서, 투자자들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신뢰’받는 과정이 더 형성되었으면 한다. 맨땅에 사람이 다니면 길이 되듯, 저절로 길이 보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3월 대표로 선임됐고 남은 임기 동안 ‘그린리더’를 집중 육성하는 ‘에코 캠퍼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린리더는 지구와 환경 문제를 위해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환경영화제에서 영화를 몇 편 이상 관람하거나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그린리더가 된다. 재단은 서울 종로구 누하동 일대에 350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고,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도 연내 시작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환경재단의 미션은 정부·기업·시민사회가 손잡고 지속가능성을 위해 함께하는 실천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고, 에코캠퍼스 건물을 3년 내에 짓기 위해 총대를 메려고 한다"고 말했다.


▲1964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문과 학사 ▲연세대 대학원 심리학과 석사 ▲삼성사회봉사단 연구원 ▲한국리더십센터 기획홍보팀장 ▲MBC 시청자 심의위원 ▲환경재단 사무국장, 기획조정실장, 사무총장, 상임이사 ▲수소경제위원회 민간위원 ▲탄소중립위원회 민간위원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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