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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가구 사는데 배수로가 하나밖에 없다?'…토사 뒤덮인 판교 오피스텔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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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온 지 일주일 넘게 지났지만 피해 복구 안 돼
4~5m 배수로 하나만 주차장 앞에 만들어져
성남시 "건축심의 당시 배수로 관련 문제 지적되지 않아"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차량마다 'OK' 'O' 표시가 돼 있다. 지난 17일 소방관들이 표시한 것으로 인명피해가 없다는 의미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차량마다 'OK' 'O' 표시가 돼 있다. 지난 17일 소방관들이 표시한 것으로 인명피해가 없다는 의미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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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찾은 경기 성남시의 한 오피스텔은 폭우의 상흔이 여전했다.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물에 잠긴 지하주차장은 지금까지도 복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침수된 차량 목록을 보며 자신의 차량은 언제쯤 나오는지 기다렸다. 일부 입주민들은 직접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창문마다 ‘OK’ ‘O’ 표시가 돼 있는 차량들의 번호판과 피해 정도를 살폈다. 이 표시는 지난 17일 소방관들이 찾아와 그린 것으로 차량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입주민 정모씨(52)는 "침수 후 일주일이 지나서야 인명피해 여부를 파악할 정도로 복구 속도가 너무 느리다"라면서 "출장 가 있는 동안 이런 피해를 입었는데 허망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입주민 등에 따르면 지하 주차장 지하 2층, 3층 등 두 개 층 가운데 지하 2층에 있던 차량 150여대는 모두 빼냈다. 하지만 지하 3층에 있는 차량들은 10여대밖에 빼내지 못한 상태였다. 입주민 태스크포스(TF)팀에 따르면 침수차량 275대, 변압기와 수도시설 등 공용시설 피해, 의류 및 전자기기 등 침수로 인한 피해규모는 226억원에 달한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280여 가구들은 아직 친척집이나 임시 대피소 등에서 지내고 있다.

갯벌이 돼 버린 지하 주차장…군인도 복구 작업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지하 3층 주차장은 아직 토사 및 빗물을 퍼내지 못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지하 3층 주차장은 아직 토사 및 빗물을 퍼내지 못했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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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가본 지하 주차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진흙 속에 박혀 있는 차량들은 서로 뒤엉켜 있었다. 지하 3층 주차장은 아직 진흙을 퍼내지 못해 마치 갯벌처럼 발을 떼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하 3층 주차장에 변압기와 보조 변압기, 발전기 등이 설치된 탓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공기정화시스템도 고장 나 주차장은 매연과 썩는 냄새로 진동했다. 입주민들은 간이전기시설을 통해 전기를 잠깐 사용하고 물이 필요하면 밖으로 나와 소방전에서 물을 담았다. 전기시설 등을 복구하는 데엔 2~3개월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은 주중엔 20~30명, 주말엔 40~50명 정도 자발적으로 나와 작업을 하고 있다. 시에선 중장비를 지원했다. 포크레인 등 장비들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토사와 빗물들을 퍼냈다. 군인들도 지원에 나섰다. 지난 16일부터 경기 용인에 위치한 55보병사단 장병 20여명이 복구작업을 돕고 있다. 이날도 군인 장병들은 토사로 밀려 온 쓰레기와 진흙에 엉망이 된 지하 주차장 창고 속 물건들을 구슬땀 흘리며 손으로 퍼내고 있었다.

주민들 "시공사·성남시에 책임 있어"…성남시 "지금까지 배수로 관련 문제 지적되지 않아"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앞 내리막길. 인근 뒷산에서 생긴 토사와 빗물이 그대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를 받아줄 배수로가 설치 안 됐다는 게 입주민들 주장이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침수 피해를 입은 경기 성남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지하 주차장 앞 내리막길. 인근 뒷산에서 생긴 토사와 빗물이 그대로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이를 받아줄 배수로가 설치 안 됐다는 게 입주민들 주장이다. /사진=공병선 기자 mydill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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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시공사와 성남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2018년 8월 입주 후부터 건물 누수, 주차장 침수 등이 발생해 관련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피스텔 주차장 앞엔 4~5m 폭의 배수로 하나밖에 없었다. 물길을 트는 시설도 없었다. 이번 폭우를 받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배수 시설이라는 게 입주민들의 설명이다.


입주민 김모씨(40)는 "1차 책임은 배수 시설을 제대로 만들지 않은 시공사에 있고 2010년에 그것을 허가한 성남시에 2차 책임이 있다"라면서 "피해에 대한 복구 및 보상뿐만 아니라 향후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성남시는 해당 오피스텔의 배수로 관련해서 지금까지 지적사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2016년 오피스텔의 건축심의 과정을 거쳤을 때 배수로에 대한 언급은 되지 않았다"라면서 "이후 용도변경 등을 할 때도 건축심의를 했는데 역시 배수로에 문제가 있다거나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해당 오피스텔이 지역구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측은 현장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지난 14일 오피스텔 현장을 찾아 침수 피해 정도를 살폈다. 안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생수와 소화전, 수도시설을 설치했고 전기도 복구하도록 조치했다"라면서 "이번 수해과정에서 건물과 주위 시설들에 대한 부실들이 추가적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긴급조치 후 근본대책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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