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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건축사, 안전 다루는 직업…협회 의무가입 통해 사회적 공인 인정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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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건축물은 사유재 아닌 공공재 성격 강해
건축 차원 의견 제시 사회적 역할 해야
아파트 위주 주택정책 부작용 많아
청년세대 주거문제 해결해야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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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강욱 건설부동산부 부장, 정리=황서율 기자] 대한건축사협회(이하 건축사협회)는 한국의 최대 건축 단체로 1965년 설립된 이후 57년 동안 건축계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건축사협회는 올해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건축사법 개정안으로 8월4일부터 협회 의무가입이 22년 만에 법제화 됐기 때문이다. 건축사가 사무소를 개설하려면 건축사협회에 의무가입 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법안 개정을 추진하면서 건축사 사회 내·외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은 이것이 건축사의 공적인 역할을 확고히 하고, 외부의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협회 역사 최초로 연임에도 성공한 석 회장은 "변호사는 인권, 의사는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 공인이라면 건축사는 국민의 안전에 관련된 일을 한다"며 "건축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공감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됐는데 이제부터가 진짜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석 회장과의 일문일답.

-일상적으로 건축가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건축사라는 직업은 조금 생소하다. 건축사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건축사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건축 전체를 총괄하는 지휘자다. 설계뿐만이 아니라 공사 전반에 걸쳐 건축물이 생성되고 이후 유지관리, 소멸될 때까지 전 과정을 조정하는 총괄자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축사가 되기 위해서는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3년의 실무경력을 쌓은 후 국가 자격시험인 건축사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사람들이 건축가이다 보니까 일반 국민들에게는 건축가에 대한 인식이 더 많은데, 건축가라는 명칭은 원래 건축사 중에서도 건축계의 업적을 남기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분들에게 붙이는 것이 맞다. 건축사협회 회원들 사이에서는 이 부분이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 올해 협회에서 가장 큰 이슈인 것 같다. 이것이 건축사 사회에 미치는 의미는 무엇인가.

△1963년 건축사 제도가 생기면서 건축사법이 제정된 당시에는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건축사 면허를 받아 건축사 사무소를 등록하면 동시에 건축사협회의 회원이 됐다. 이후 37년간 이렇게 운영되던 건축사법은 2000년 4월29일부터 임의가입으로 바뀌었다. 당시 정부에서 건축사협회뿐만 아니라 전문가 단체를 대상으로 모두 임의가입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이익만 챙기지 말고 경쟁을 통해 국민들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게 그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 명분이나 목적이 구현되지 않고 오히려 반대가 돼 버렸다. 가령 자격 대여, 저가 덤핑 수주, 불공정행위, 건축사 사무소 경영 악화 등 건축계의 질서가 무너지고 건축사는 전문 자격사 중 가장 수익이 낮고 어려운 직업군이 됐다. 건축사협회 의무 가입은 단일한 윤리규정안에서 기술적 발전을 도모하며 나아가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건축사가 되고자 하는 데 의미가 있다.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라는 큰 명제가 있고, 이 부분을 이전부터 이끌어가다 보니까 연임도 하게 됐다. 마무리를 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건축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축물을 경제적인 관점이나 부동산의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이는 건축을 공공재로 보는 게 아니라 사유재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물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소유하고 있을 땐 내 것이지만, 소유하지 않고 매매하면 다른 사람의 것이 된다. 누가 소유할지 모르기 때문에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월에 청와대 용산 이전에 관해서 우리 협회가 주최해 토론회를 열고, 지금은 임시청사가 있지만 향후에는 백악관같이 대통령실 집무실을 신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추후에도 연구를 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며 마무리했다. 건축의 차원에서 의견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이슈에 건축사협회의 목소리가 필요한 이유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관해서 조금 더 묻고 싶은데, 집무실이 빠져나온 서촌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구체적으로 협회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서울의 가장 큰 문제는 과거의 흔적이나 기억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종로구는 국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오래된 도시 지역이고, 서촌이 그 중심에 있는 곳이다. 고밀도로 고층화하기보다는 문화의 품격이 스며드는 곳이어야 한다. 서울에서는 점점 아파트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것은 마을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 정책이 아파트 위주로만 짜여있다 보니 생기는 부작용들이 많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한건축사회관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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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중심 부동산 정책의 부작용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지.

△첫 번째는 청년 세대가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다리가 끊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아파트만 많이 지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지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다.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는 살기 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형 주거시설도 살기 편한 구조로 만들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서울 도심에 있다는 것은 직주근접성이 아주 좋다는 것인데 아파트가 아니다 보니 이런 장점에도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직장과 집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멀리 떨어진 아파트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건축사도, 정부도 관심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설계 대가가 너무 싸다는 것이다. 제대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성을 들여 깊게 연구해야 하는데 그런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주거환경이 열악해지고 주민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심의 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줘서 동네의 기능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아파트 중심의 청년 주거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아파트까지 가는 중에 살 수 있는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공사감리(건축사가 설계도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관리하는 것)가 중요 업무인 건축사에게 안전문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 건축사들도 이 안전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건축사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침해되고 있다. 정부는 안전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법 개정이나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비용과 시간이 더 늘고 이는 결국 국민에게 전가된다. 가령, 2017년 포항 지진이 일어난 이후 내진 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깔렸다. 건물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우리나라 전체 건물을 내진 구조로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 용도나 기능, 규모에 따라 필요는 하지만 일괄적으로 적용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사 5000년 동안 지진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지역에도 무리하게 이를 적용했을 때, 공사비가 늘어나고 이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가중된다. 이에 당시 우리는 지진대별로 다 정리를 하고, 등급을 나눠 보강 방식을 달리 하자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이런 얘기를 해도 우리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창구가 없기도 하고, 반영도 잘 안된다는 점이다. 다른 전문가 단체와는 다른 점이다. 변호사는 인권, 의사는 생명, 건축사는 안전에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사회 공인으로서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한 것도 있고 외부의 인식도 많이 왜곡돼 있다. 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의무가입이 안전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이유다.


-안전문제 하면 광주 붕괴사고를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안전한 설계를 위해서는 필요한 시간과 경비가 있다. 그런데 이게 경제 논리와 부딪치게 되면 ‘빠르게, 싸게’로 귀결된다. 이는 1970~80년대 개발 시대의 잔류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것 때문에 안전을 상수로 보지 않고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는 식의 변수로 보는 것이다. 안전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동시에 공사비의 증가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게 다시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접점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건축·건설업계에 잘못하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근본적으로는 공사 자체에서 빨리 짓는 게 다가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가령 지금 공공 건축물은 안전에 관한 부분들이 강화돼 민간 건축물보다 공사비가 훨씬 비싸다. 이런 식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무가입이 8월4일부터 시행된 이후의 과제는 무엇인가.

△의무가입에 대해서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도 설득해서 협회의 일원이 되게 하고 싶다. 또 현재 건축계가 많이 흐트러져 있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0여년 전에 실패한 건축계 통합에 대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아울러 건축계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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