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속임수로 우울증 진단 병역기피'… 전 여친 제보로 덜미 [서초동 법썰]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 /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 제1병역판정검사장 /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원본보기 아이콘

"제가 '지금 한여름인데 (패딩을 입으면) 덥지도 않냐'라고 했더니, 피고인은 '논문 사이트를 보니까 우울증이 심한 환자들은 오한을 겪는대. 안에 처박힌 패딩을 일부러 꺼내 입고 나왔다'라고 웃으며 얘기한 적도 있습니다."(증인)

2012년 서울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등급 1급 판정을 받고 현역병 입영 대상이 된 A씨(29·남). 대학 진학 등을 이유로 입영을 계속 미루던 그는 2017년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이 되자,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진료 중 우울과 불안, 환각 등 증상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A씨는 이듬해 우울증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발급받아 신체등급 5급(전시근로역)을 판정을 받고 현역병 입영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검찰은 A씨가 정신과적 증상이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며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A씨와 2017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연인 관계였던 B씨의 제보와 증언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B씨는 수사기관과 법정 진술에서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피고인은 우리나라 제일 큰 클럽에서 DJ 활동을 하는 선배였고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 사귀었다. 밝은 성격이라 잘 만났다가 24~25세로 군대에 갈 시기가 지났다. 제가 군대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피고인은 '미뤄야지. 일단 뺄 수 있으면 빼 봐야지'라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A씨는 논문 사이트에서 우울증 증상을 찾아 한여름에 패딩을 입고 다니거나, 지인들이 '이제 정신과로 군대 면제받기도 힘들대'라고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말한 것과 관련해 "XX들 초보네"라고 비웃기도 했다. B씨는 "정신과 약 한 달 치를 받아와 뜯지도 않고 부엌 구석에 처박아뒀다"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우울증 진단서를 발급한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C씨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C씨는 수사기관에서 "진료 기간의 실제 생활과 비교해보면, 치밀한 사전준비와 계획을 통해 연기를 했다고 보인다"라고 말했고 법정에선 "제가 몰랐던 사실들에 관해 확인했다면 평가나 진단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라고 증언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어머니가 (한의학에서 말하는) 심담허겁증(심장과 담의 기운이 약해 겁을 잘 먹는다) 진단 및 치료를 받았고, 이것이 유전돼 우울증에 영향을 줬다"라는 취지로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한방병원에선 "어머니에게 심담허겁증이 있는 경우 아들에게 우울, 불안 등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연구된 바가 없다"라는 사실조회 결과가 돌아왔다.


또한 A씨는 신체등급 5급 판정을 받은 뒤 2년 여간 단 한 차례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음원과 앨범을 내고 데뷔하거나 최근까지 공연을 하는 등 DJ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송 부장판사는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의 요청과 병역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계획적으로 이뤄져 죄질도 매우 좋지 않지만, 이 법정에 이르러서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뉘우치지도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