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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위반 사고로 '품행 미단정'? 어느 중국인의 韓귀화 분투기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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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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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법 제5조(일반귀화 요건)
: 외국인이 '귀화허가'를 받기 위해선 (중략) 다음 각호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1. 5년 이상 계속해 대한민국에 주소가 있을 것. 대한민국에서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갖고 있을 것.
2. 대한민국의 민법상 성년일 것.
3. 법령을 준수하는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품행 단정'의 요건을 갖출 것.

중국인 A씨는 한국인이 되고 싶었다. 그는 2013년 단기방문(C-3) 사증으로 한국에 입국한 뒤 외국국적동포(F-4)로 체류자격을 변경했다. 그는 2018년 12월11일 법무부에 일반귀화허가 신청을 했다.


2020년 8월4일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서 기다리던 '귀화신청 허가' 문자가 도착했다. "귀화 허가를 받은 사람은 법무부 장관 앞에서 국민선서를 하고 국적증서를 수여받은 때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됩니다. 1~2개월 내로 출입국·외국인 관서에서 국적증서수여식에 대한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입니다"란 내용이었다.

이에 A씨는 그해 9월10일 국민선서문에 자필서명을 해 당국에 제출했지만, 약 2개월 뒤 '귀화불허' 통지를 받았다. 법무부가 A씨에 대해 "국적법 제5조 3호의 품행 단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A씨가 같은 해 9월28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점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약식명령이란 검사가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면, 법원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를 검토해 형을 내리는 것이다.


그는 귀화신청 허가 문자를 받기 한달 전인 7월13일 밤 11시쯤 경기 부천시의 한 고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시내버스를 몰던 중 빨간불에서 좌회전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귀화허가 통지를 한 뒤 국민선서서까지 제출받은 법무부가 법적 근거 없이 귀화 요건을 재검토해 귀화를 불허했다"며 "약식명령은 귀화허가 통지 후 발생한 사정이므로 허가를 취소할 사유가 될 수 없고, 이에 대한 소명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절차상 위법도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품행 단정 여부는 대한민국 구성원으로서 지장이 없을 정도의 품행과 행실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약식명령의 내용을 봐도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것으로 볼만한 정도는 아니기에, 불허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5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 부장판사)는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정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우선 재판부는 귀화신청 허가 문자로 귀화허가 처분이 이미 성립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귀화허가의 통지는 국적법 관련 시행령에 따라 '국민선서를 받고 귀화증서를 수여하기 위한 일시와 장소를 지정해 그 지정된 일시와 장소에 참석할 것'을 통지할 때 이뤄진다고 할 것이고, 관련 내용의 메시지는 귀화허가 통지의 형식을 충분히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발신인이 법무부가 아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명의이긴 하지만, 법무부 하부조직으로서 본부장이 국적의 취득 및 상실 등에 관한 사항들을 맡아 처리하고 있어 이 사건 통지의 주체는 법무부라고 봐야 한다"며 "주체와 내용, 절차와 형식의 요건을 모두 갖춘 통지였다"고 부연했다.


법무부 측은 "문자메시지 방식은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적법한 통지 방식이 아니므로 이 사건 통지를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국적법 시행령 및 관련 지침상 통지서는 본인에게 직접 교부하거나 우편 등 방법으로 송부하게 돼 있고, 여기엔 문자메시지에 의한 통보 방식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약식명령이 발생했다고 해도 그 내용 등에 비춰 이미 이루어진 통지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나아가 A씨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아 절차적 위법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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