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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전시]칼립소·우태경전:네모와 네모사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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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호흡展 포스터. 사진제공 = 아트스페이스엣

여유로운 호흡展 포스터. 사진제공 = 아트스페이스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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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여유로운 호흡展 = 많은 사람들이 매일 똑같은 일상을 기계처럼 반복하며, 배우보다 사실적인 연기를 하고 가식적인 환경이란 배경음악에 심취해 살고 있다. 또한, 소소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사사로운 분노에 집착하며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에 세 명의 작가 손서현, 김한울, 안다은은 이런 생활 속 우리가 쉽게 접하는 화려한 사진과 미디어들로 기분 좋은 순간을 보상 받지만, 시간이 흘러도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반복된 삶 속에 담겨있는 소소한 추억의 먼지들이 아닐까를 되묻는다. 그리고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기 힘든 자극적인 일상에서 의식적이라도 들숨을 한번 쉬며 쉬어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손서현 작가는 땅을 고르듯 차곡차곡 쌓은 선명한 색 위에 정밀하고 세련된 펜 드로잉으로 적절한 리듬감에 강약을 실어 감정의 절제를 보여준다. 복잡한 감정들의 표현을 여러 식물들을 불규칙적으로 배열했다가 대칭을 통해 갈라진 여백에 생명을 부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유하는 섬을 통해 작가의 흔들리지 않는 고유한 풍경을 만들며 여러 식물들을 가드닝하는 마음으로 고유한 풍경을 가다듬는다.

김한울 작가는 사랑하는 생명들을 그리며 보석 같은 찰나의 순간(아기의 미소, 아침마다 들려오는 새소리, 살갗의 부드러운 맛 닿음)을 붙잡아 두려고 한다. 파스텔 톤의 분홍 초록의 아장아장한 색조는 아이의 연약한 생명체를 보이며, 꿈속에 나올 듯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특별한 역할을 부여받은 너구리와 뒤엉키며, 자라는 식물들이 작가를 대신해 나긋하고 부드럽게 속삭이고 있다. 껌 딱지 같은 딸레미는 금방 클 것이고 보송보송 멍멍이를 비롯한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유한한 삶이 인연이란 굴레를 다시 생각하며 삶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안다은 작가는 서랍속에 세밀하게 분류되었던 귀퉁이가 바랜 여행 기억을 소환한다. 저장된 사진의 기록과 마음속 기억 사이의 공백을 캔버스이 옮기며 사람들의 일상의 본능적 끌림을 채운다. 작가의 작품은 당시 여행의 생생한 온도를 담아 유연한 미장센을 연출하며 보는 사람에게 잠복되어 있던 기분 좋은 감각을 꺼내 주며 감각의 영역을 확장한다. 전시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트스페이스엣.

칼립소전 포스터. 사진제공 = 두산갤러리

칼립소전 포스터. 사진제공 = 두산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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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립소 展 =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칼립소 Καλυ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에 등장하는 님프 칼립소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풍랑을 만나 배와 동료를 모두 잃고 세상의 끝에 위치한 칼립소의 섬에 도착했고, 칼립소는 부와 영생을 약속하며 그가 떠나지 못하도록 7년 동안 자신의 섬에 붙잡았다.


전시는 이방인을 붙잡았던 칼립소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는 어떻게 그의 시간을 붙잡았을까? 기획자 3인은 그 실마리를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칼립소’의 뜻에서 찾는다. 칼립소는 ‘은폐하다’, ‘덮다’를 뜻하는 그리스어 칼립토(καλ?πτω)에서 유래한 것으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장막을 의미한다. 칼립소가 오디세우스를 붙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가 진리를 감추는 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칼립소 Καλυψ?'는 진리를 말하는 대신 ‘은폐’와 ‘장막’을 전시의 방법론으로 택하고,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된’ 인물을 오래 머물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찰한다. 문소현, 뭎 Mu:p, 박예나, 신 와이 킨(Sin Wai Kin)의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기둥, 매주 다르게 비치되는 출판물, 프로그램 등 모든 구성 요소가 전시의 시공간을 겹쳐 한눈에 파악되지 않도록 만들며, 떠나려는 자의 시간을 지연시킨다. 전시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갤러리.


P painting, 우태경, 2021, Oil and UV print on canvas, 162x520cm. 사진제공 = 갤러리조선

P painting, 우태경, 2021, Oil and UV print on canvas, 162x520cm. 사진제공 = 갤러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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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태경 展:네모와네모사이 = 타이틀 ‘Between square and square’은 네모 모양의 프린트와,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의 이야기를 나타낸다. 전시는 지하와 2층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전시공간을 활용해 각각 다른 소제목과 형식을 가진 미공개 신작을 선보인다.


지하에서는 디지털에 기생하는 이미지를 활용한 ‘P’시리즈를, 2층에서는 웹툰을 소재로 한 ‘Series’ 연작을 볼 수 있다. 우태경의 작업 소재는 스마트폰 안에서 출발한 수많은 이미지들과 그 이미지들 사이의 이야기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이미지가 촉각적이거나 납작한 회화로 구현되며, 다시 디지털 이미지가 되어 여러가지 감각들로 캔버스에 채워진다고 말한다. 갤러리조선은 이번 전시를 통해, 서로가 같으면서도 다른 네모와 네모 쌍으로 새롭고 다양한 감각들이 상상되고, 촉발되는 환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전시는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조선.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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