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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와 1:1 술자리 후 사망…업무상 재해" vs "개인적 회식"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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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경비 업무 담당자, 부서장과 회식 후 사망
유족급여·장의비 지급을 거부된 유족 "'회식'이므로 업무상 재해"
근로복지공단 "사적인 모임… 줄 수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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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미루면 부장님한테 죄송하니까 혼자라도 대표로 만나."(동료들)

2020년 10월 22일. A씨가 직장 동료들에게서 받은 부탁이다. 모 공단에서 청소경비 업무를 담당한 그는 동료 셋, 상사인 B 부장과 회식하기로 돼 있었다. 한달 전 부터 2~3차례 연기된 자리였지만, 동료들은 당일에도 각자 사정이 있다며 불참했다.


B 부장은 부서 총책임자로서 평소 회식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장 직원들의 소외감을 풀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결국 야간근무자였던 A씨만 근무 일정까지 바꿔가며 회식에 참석했다.

회식 장소는 A씨의 집 근처 식당이었다. 개인적 애로사항뿐 아니라, 청소 장비 구매 및 청소구역별 업무수행 등 동료들의 업무적 불편 사항에 관한 이야기도 오갔다.


회식은 약 2시간30분 만에 끝났다. 비용은 B 부장과 A씨가 4만1000원, 1만2000원을 각각 부담했다. 업무추진비가 부족해 부장이나 직원들이 회식비를 각자 부담하는 경우가 잦은 부서였다.


B 부장은 만취한 A씨를 집까지 바래다주고 떠났다. 그런데 A씨는 자택 현관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다 뒤로 넘어졌다. 자정이 넘어서야 아내에게 발견돼 부축을 받고 집에 들어왔다. 아내는 새벽 4시쯤 남편 머리에서 피가 나는 것을 발견해 119 신고를 했다. 이후 A씨는 외상성 대뇌출혈로 치료를 받다가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건 회식이 사업부가 주관하거나 사업부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에 아내는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행정법원을 찾았다. 그러면서 "회식의 전반적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으므로,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다"며 "회식에서 과음으로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 능력에 장애가 발생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 부장판사)는 최근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 부장은 부서 총책임자로서 기술 3급 직원이고, A씨는 급수가 정해지지 않은 업무직 직원이었다. 개인적 친분도 없었다. 회식이 단순히 친목 도모를 위해 사적인 관계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B 부장은 직원들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일 업무상 필요가 있었고, 평소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자주 가졌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회식 일정을 더 미루기 어려운 상황에서 A씨가 대표로 참석하게 된 점 회식에서 업무적 이야기를 나눈 점 사업장에서 9분 거리인 회식 장소가 B 부장 집과는 차로 20분 거리여서 거리가 과도하게 보기 어려운 점 등사업주의 지배·관리 여부를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B 부장이 개인 명의 카드로 결제했다거나 A씨가 일부를 결제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회식 모임이 사적인 모임으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회식 관련 사전보고·승인 자료가 없는 것에 대해선 "B 부장은 이 사건 회식이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 회식으로 예정됐고, (당일) 5명 중 2명만 참석하게 됐으며, 비용도 적게 발생해 별도의 승인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 부장의 주량이 소주 3병 정도로 일반인 대비 많이 마시는 편이어서 A씨는 여기에 맞추다 불가피하게 과음을 한 것"이라며 "A씨가 독자적이고 자발적으로 과음한 것으로 볼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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