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첫 회의서 첫날 찬반 논의 팽팽
정부 "윈윈게임 되도록 충분히 들을 것"
"의무휴업 이후 10년, 온라인과 경쟁 속 제도 취지 무색"
"골목상권 보호 의미 여전…집단 반발 불사"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대형마트 영업제한이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 논의 대상이 되면서 장외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의무휴업 시행 후 10년간 유통 환경이 급변하며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상인연합회 등에선 폐지시 집단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번째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신설된 규제심판회의는 민간전문가와 현장 활동가 등 100여명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주축이 돼 규제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는 회의체다.
대형마트는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현재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측은 회의에 참석해 규제 개선 논리를 폈다.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측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도 참석해 찬반 의견을 청취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회의에서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 ▲의무휴업 규제 효과성 ▲온라인 배송 허용 필요성 ▲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규제 필요성 등을 논의했으며, 심판위원과 참석자들이 앞으로 상생 방안을 모색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은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점 등을 고려해 대형마트와 소상공인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대안이 합의될 때까지 회의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규제 관련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규제정보포털에서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도 함께 실시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페이스북에서 "오늘내일 당장 개선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제심판회의는 서로의 의견을 듣고 나누며 합의점을 찾는 타협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형마트 영업제한 규재개선 역시 찬성과 반대 모두 원하는 방안을 도출할 때까지 충분히 듣고 또 듣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규제혁신은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이해 관계자 모두의 지혜를 모아 상생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윈윈 게임'"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규제심판제도가 제 몫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도 대형마트들은 실효성 부재로 규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으나, 상인들은 골목 상권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통시장 등을 살린다는 취지로 시작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 간 경쟁으로 프레임이 바뀐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후 학계 등에서 의무휴업 시행이 전통시장 매출 확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왔음에도 10년 간 지속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기존 취지와 달리 온라인, 대형 식자재마트 등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목소리다.
반면 전국상인연합회는 규제심판회의 결과 등에 따라 향후 행동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연합회는 오는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947개 전통시장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고 단체행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 상인연합회 등도 의무휴업 폐지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통시장 가운데 일부는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무일 폐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대형마트 의무휴무일을 폐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내용은 총 5가지 문항으로 ▲의무휴무일 폐지에 대한 찬반 여부 ▲의무휴무일이 전통시장 매출 증대에 미친 영향 ▲의무휴무일을 평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의견 ▲의무휴무일과 관련한 건의 ▲대형마트 비영업시간 온라인 배송 금지 규제에 대한 의견 등이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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