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달라졌다"…900억 투입된 영화 '배트걸' 공개 안 하는 이유

워너 측 "배우 연기 탓 아냐"

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영화 '배트걸'(Batgirl)의 개봉을 취소했다./사진=영화 '배트걸' 감독 아딜 엘 아르비 인스타그램 캡처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미국 미디어 대기업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가 900억이 넘게 투입된 영화 '배트걸'(Batgirl)의 개봉을 취소했다.

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7천만달러(약 918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 이 영화는 제작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로, 올해 12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HBO 맥스와 영화관에서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관련 계획이 무산됐다.

매체에 따르면 워너는 배트걸을 영화관이나 OTT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공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배트걸이 지난달 진행한 비공개 시사회에서 나온 부정적인 반응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포스트는 "시사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이 너무 저조해서 제작사가 브랜드의 미래를 위해 일찌감치 손을 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워너 측은 배트걸 개봉 취소는 경영전략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워너 대변인은 "배트걸을 개봉하지 않기로 한 것은 DC 유니버스, HBO 맥스와 관련한 지도부의 전략적 변화가 반영됐다"며 "(배트걸역을 맡은) 레슬리 그레이스는 매우 재능있는 배우이고 이번 결정은 그의 연기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배트걸은 DC 코믹스의 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슈퍼히어로로, 이번 영화는 1대 배트걸인 바바라 고든의 이야기를 다뤘다. 바바라 고든 역할을 맡은 라틴계 가수 겸 배우 그레이스(27)는 개봉 무산 소식과 관련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했고, 이 기회를 통해 이 캐릭터를 연기해 영광이었다"며 "모든 배트걸 팬들의 사랑과 믿음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