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쬐 물성 마음대로 바꾸는 '플로케 상태' 지속적 구현 성공
조길영 포항공대 교수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SF영화의 고전 '터미네이터2'에선 액체금속 로봇 'T-1000'이 등장한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가 하면 금속 물질을 투과하고, 비슷한 질량의 물건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영화 속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물리학자들은 이처럼 물질에 빛을 쪼이면 도체가 반도체로, 또 반도체에서 금속으로 자유자재로 변화 가능한 ‘플로케 상태’ 연구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연구진이 물질의 전기적, 광학적, 양자역학적 특성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꿈의 물질 '플로케(Floquet) 상태'를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8월 수상자로 조길영 포항공과대 물리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조 교수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고체 물질의 전기적·광학적·양자역학적 특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플로케(Floquet) 상태를 지속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기술 발전과 신소재 개발의 교두보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학계에서 열, 압력 등의 방식이 아닌 빛을 물질에 쪼이면 물질 내부의 전자와 빛이 양자역학적으로 결합한 상태인 플로케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었고, 2013년 첫 관측됐다. 이후 많은 연구자가 ‘플로케 상태’ 구현에 도전했지만, 지금까지 구현된 ‘플로케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1000조분의1초) 수준에 그쳤다. 이에 따라 ‘플로케 상태’는 존재 여부만 확인하고, 특성과 활용 연구는 미진했다.
조 교수는 안정적인 플로케 상태를 구현하는 새로운 실험법을 개발하고, 기존 플로케 상태 지속 시간을 25시간 이상 지속하는데 성공했다. 플로케 상태의 미세한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초전도-그래핀 소자 기술을 활용, 상대적으로 세기가 약한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플로케 상태를 구현해 빛으로 인한 발열 문제를 해결했다. 또 마이크로파의 세기를 조절하여 그래핀의 전자 구조를 조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관련 연구성과는 2022년 3월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플로케 상태를 반영구적으로 지속 구현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라며 “앞으로 빛의 편광과 주파수 변화에 따른 플로케 상태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플로케 연구를 확장하여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비평형 양자 상태의 구현 연구를 진행할 계획”라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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