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수출 중소기업, 하반기 더 어렵다
중기부 리스크 대응 TF 열고 지원 논의
#일본에 골프용품을 수출하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 R사는 최근 ‘마진’ 없는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은 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일본 선박 배송이 지연되면서 항공 배송을 이용해야 했고, 이로 인해 물류 비용이 3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익성은 더욱 악화됐다. 물류비 상승과 환율 불안은 단기간에 정상화되기 어려워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R사에게 올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은 허울좋은 얘기다.
#자동차 전장부품업체 C사는 주요 제품에 들어가는 반도체 핵심 소재를 구하지 못해 생산부터 수출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기존에는 아무리 길어도 2주면 수급이 이뤄졌는데 반도체 수요 폭발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최근엔 6개월에서 1년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이다. 게다가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 부품을 사재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은 더 곤란한 처지가 됐다. 주요 부품 가격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10~20배까지 올라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도 힘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납품이 지연돼 기존 해외 고객들사들도 떨어져 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중소기업 수출은 올 상반기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 봉쇄 정책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 환율 변동성 등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하반기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수출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2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한국무역협회에서 ‘기업리스크 대응 TF’를 연 데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와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이날 TF에선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 등 복합 위기가 중소기업 수출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과 향후 대응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상반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한 수출 중소기업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우게 된 원인은 이어지고 있는 물류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실시한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72.2%)과 선복·컨테이너 부족 등 물류애로(44.3%)를 수출 리스크로 꼽는 기업이 가장 많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의 중기 수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이 지속되며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외부 위험요소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수출 여간 악화가 고물가·고금리 등 복합위기 상황과 맞물려 하반기 수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분기별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기업의 전망을 나타내는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올해 3분기 94.4로, 2분기 96.1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한 이유다. 중기중앙회의 조사에서도 수출 중소기업 4곳 중 1곳(25.6%)이 하반기 수출 전망에 대해 ‘나쁘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선 원자재 수급비용 완화와 물류비 지원 예산 확대 등 수출 중소기업 현실에 와닿는 정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수출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현장의 정책 수요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시 지원을 위한 대응체계를 갖추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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