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까지 삼청동 학고재서 '어나더 월드'展
한지 이용한 ‘파피에 콜레’ 기법으로 빚은 따스한 달동네 풍경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산동네 집들이었어요"
유년시절 부산에서 성장한 정영주 작가(52)는 프랑스 파리 유학 후 미국에서 활동 중 1998년 IMF외환위기로 고국에 돌아왔고 우연히 판자집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풍경을 캔버스에 옮겨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달동네, 판자집, 밤 풍경을 소재로 캔버스에 따스한 이야기를 전하는 정영주 작가의 개인전 '어나더 월드(Another World)'가 서울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에서 8월 21일까지 진행된다.
15년째 달동네 풍경을 그려내는 작가는 2020년 그룹 방탄소년단 리더 RM(김남준)의 작품소장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작품이 알려졌다. 인기를 방증하듯 이번 전시 또한 가장 큰 대형 작품 한 점을 제외한 나머지 27점 모두 전시 개막 전 판매됐다.
피카소가 고안한 종이를 찢어붙이는 콜라주 기법 ‘파피에 콜레’로 캔버스 위에 한지를 찢어 붙여 완성한 작품들은 유년시절 작가가 마주했던 달동네 사람들의 따스한 풍경을 고즈넉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 층씩 쌓아 올린 한지 위로 색을 입히고, 그 사이 가로등 불빛이 밝혀지면 마치 작은 달동네 세트를 완성한 듯 입체적이면서도 생생한 풍경이 관객 앞에 펼쳐진다.
산동네 111 High Hills Village 111, 2022, 캔버스에 종이, 아크릴릭 Paper and acrylic on canvas, 130.3x162cm. 사진제공 = 학고재
원본보기 아이콘좁다란 골목 사이사이를 따뜻하게 비추는 가로등 불빛은 어쩌면 춥고 어려웠을 판자집 사람들의 마음을 밝혀주면서 잊고 지냈던 가족의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비록 형편은 가난했지만 소박한 인정미가 넘쳤던 시절에 집중한 작가의 시선에 담긴 달동네는 가난과 고통이 아닌 내일의 희망이 담긴 따스한 보금자리로 묘사된다.
익숙한 고향 풍경에 착안해 시작된 작업이지만, 작품 속 달동네는 실제 풍경이 아닌 상상 속 마을이다. 암울한 현실의 달동네 너머 따스함을 머금은 상상의 달동네 풍경은 어쩌면 작가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일지 모른다. 전시 제목이 ‘어나더 월드’인 것도 그런 맥락을 담고 있다.
작가는 “지키고 힘들 때 돌아가면 언제나 반기는, 그림을 통해 고향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셨으면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삼성 시총 140조 증발하고 포스코 반토막 날때 오...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