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생각보다 현지 팬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해외에서 자신감 갖고 공연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내일 공연에 오시는 분들이 각박한 삶 속에서 잠시 휴식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최정훈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아시아경제 등과 인터뷰하며 "좋아하는 도시인 뉴욕에서 공연하게 돼 감격스럽고 영광"이라고 밝혔다. 잔나비는 다음날인 27일 저녁 뉴욕 링컨센터 댐로쉬파크에서 열리는 'K-인디 뮤직 나이트' 콘서트 무대에 '안녕 바다'와 함께 오른다. 한국 인디밴드가 링컨센터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최정훈은 "미국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해외에서 공연 자체가 굉장히 오랜만"이라며 "뉴욕에 올 때마다 한인들로부터 '꼭 공연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분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돼 기쁘다"고 첫 미국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공연 소식이 알려진 후 인스타그램,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해외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확인했다는 그는 "생각보다 현지 팬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 해외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공연해도 되겠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공연을 앞두고 뉴욕문화원에는 미국 각지는 물론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부터 팬들의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정훈은 "K팝의 위상이 커지면서 파편처럼 우리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며 "저희가 추구하는 게 한국의 서정성을 보이게 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에서 어필이 되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자평했다. 그는 잔나비의 음악을 '한국의 정서를 대변하는 음악'이라고 표현하며 이번 공연에서도 한국의 정서를 들려줄 것이라고 전했다.
히트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뜨거운 여름 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부터 올해 발표한 '초록을 거머쥔 우리'까지 시적 감성이 충만한 가사와 멜로디로 잘 알려진 잔나비는 해외 팬들로부터도 '낭만을 노래하는 밴드' , '아름다운 노래로 시간 여행으로 데려다 주는 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정훈은 "낭만적이라는 이야기가 제일 좋다"며 "날이 가면 갈수록 낭만이란게 점점 더 없어지기도 하고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사람들에게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힘을 가졌다는 게 저희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잔나비 곡의 가사를 직접 쓰는 그는 평소 작은 노트를 들고 다니며 그 순간 순간의 느낌을 부지런히 적어두곤 한다. 가끔씩 '잔나비는 더 낭만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남긴 글들은 2~3일만 지나면 작위적으로 느껴진다고. 오히려 별 것 아닌 것처럼 툭툭 튀어나온 문장들이 더 멋지다고 말한 그는 공연 준비를 위해 뉴욕에 온 이후에도 매일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적고 있다고 전했다.
잔나비만의 색과 감성을 만드는 요소로는 '진심'을 꺼내 들었다. 최정훈은 "뭘 하든, 촌스러워보여도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한다. 가사를 쓰고, 곡을 쓰고, 공연할 때도"라고 입을 뗐다. 그는 "'힙'하고 '쿨'하고 진심을 담지 않는 게 멋져 보일 때도 있다. 나 또한 간혹 그러고 싶기도 했다"면서도 "우리 음악은 듣기 불편할 정도로 설명을 많이 하고 감정을 파고 들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런 부분이 우리 음악을 지켜올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대 클럽 시절부터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한 지금까지 잔나비의 매 공연 앙코르곡은 동일하다. 초창기 클럽 공연장에서 몇 안되는 관객이 앙코르를 외쳤을 때, 멤버들끼리 준비했던 커버곡 'What`s up(4 Non Blondes)'이 지금도 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최정훈은 "잔나비에겐 초심 같은 곡"이라며 "커버곡이니 그걸 빼고 우리 곡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했는데, 계속 하게 된다. 평생 하게 될 것 같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최정훈은 링컨센터 공연에 올 뉴욕 팬들에게 "각박한 삶 속에서 잠시 휴식을 얻었으면 좋겠다"며 "한국에서 가져온 에너지를 최대한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유학생, 교민분 중 (잔나비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다. 여기 온 이유도 그것"이라며 "그분들에 대한 보답으로 해외에 많이 올 것 같다"고도 말했다. 잔나비는 올 연말 한국에서 전국투어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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