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 변요한
일본 장수 와키자카役
체중 90kg까지 증량
호랑이 참고해 외형 표현
"거북선 보고 놀라 긴장"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변요한(36)이 독립영화계의 신성으로 떠오르던 때를 기억한다. 이글이글 에너지 가득 타오르던 패기 넘치던 눈빛도 생생하다. 14년이 지났다. 묵직하게 작품을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 잡은 그는 또 한 번 놀라운 변신을 선보인다. '명량'(2014)으로 최대 관객수 1761만명을 모은 김한민 감독과 손잡고 '한산: 용의 출현'호에 탑승했다.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로 분해 강렬한 얼굴을 드러낸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요한은 "14년차 패기로 뭔가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갈아 넣으려고 했다"고 당차게 말했다.
와키자카는 이순신과 대적하는 인물이다. 해상과 육지 전투에서 능한 그는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무엇도 마다치 않는 대담함, 잔혹함, 지략 등을 갖췄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거북선의 약점을 철저하게 조사하며 조선군을 위기에 몰아넣는다.
변요한은 체중감량을 하고 첫 촬영에 나섰다고 털어놨다. "초반엔 헛돌았다"고 떠올렸다. "흔히 떠올리는 악역을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갑옷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죠. 해외에서 두 달 걸려서 받은 갑옷이 커서 안 맞았어요. 단면적으로 접근하면 납작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죠. 체중을 90kg까지 증량하니 걸음걸이,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호랑이 사진을 주면서 주름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수염의 질감, 무늬 등을 참고해 분장했습니다."
그는 "살이 굉장히 잘 찌는 체질이다. 평소 좋아하는 고기에 달달한 흑맥주를 많이 먹었다. 촬영이 끝나면 벽을 보면서 계속 일본어 대사를 읊조리면서 먹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무제한 벌크업을 하려 했다. 25kg 갑옷을 견디면서 촬영을 하다가 살이 좀 빠지면 다시 찌웠다. 어느 순간 내가 왜군이라는 걸 잊을 정도로 집중했다"고 떠올렸다.
궁극적으로 재미있게 연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변요한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서 역사 공부를 했다. 와키자카가 이순신을 바라보는 관점이 나오는데, 내가 그렇게 단편적으로 연기하면 재미없고,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뜨거운 야망과 열정을 중심으로 캐릭터를 잡아갔죠. 이순신 장군과 견주면서도 무게중심을 와키자카로 가져오려 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갑옷에 맞기 시작했어요. 몸통도 두꺼워지고 힘도 세지면서 마음가짐까지 맞아갔어요. 일본어 사극 대사도 딱 맞으면서 와키자카로서 수월하게 쭉쭉 나아갔죠. 에너지는 잃지 않으려 했습니다."
변요한은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적대적 관계의 인물)이자 이순신 장군의 관찰자로서 역할을 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와키자카의 시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당시 시대와 환경을 비춘다는 결심으로 연기했어요. 이순신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했고요. 박해일 선배와 호흡일 잘 쌓여서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그저 잘 바라보면서 움직이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촬영장에서 거북선 모형을 처음 봤을 때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변요한은 "처음 거북선 앞에 섰을 때 숙연해지고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아이처럼 신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어떻게 보면 영화의 주인공이 거북선 아닌가. 작품의 의미를 상징하는 느낌이랄까. 한편으로 '큰일 났다. 준비해야 겠다' 싶었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변요한은 '언제까지 연기할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을 추임새처럼 덧붙였다. 의미를 묻자 그는 "버릇처럼 나오는 말 같다"며 웃었다.
"독립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했던 말이에요. 연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곧바로 느껴서죠. 좋아하는 일이지만 제 그릇이 과연 큰가 싶고. 작품이 끝나면 늘 부족하다고 느끼거든요. 재밌게 연기하기 위해 그릇을 확장하고 싶어요. 곧 있으면 40대가 되는데, 버릴 것은 버리면서 좋아하는 것들이 삶에서 선명해지는 시기 같아요. 노하우도 생기고 좀 더 알아가고 있거든요. 나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도 점점 뚜렷하게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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