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폭염의 계절에 스타트업 생태계는 월동 걱정이 한창이다. 올해 초 실리콘밸리에서부터 “겨울이 온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우리나라에서도 추위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2분기부터는 투자 감소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연이어 스타트업 상장 일정이 연기되고 인수합병(M&A) 시장도 냉랭한 분위기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의장을 맡고 있는 박재욱 쏘카 대표는 최근 스타트업 워크숍에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대비해야 한다. 이번 겨울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최소 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매출 같은 숫자를 만들어 가치를 증명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투자가 필요할 땐 과감히 밸류를 낮출 수도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명백히 위기로 인식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투자받기도 쉽지 않고 기업가치 평가도 박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한파로 스타트업 생태계가 절멸하는 ‘빙하기’가 올 것이라 걱정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오는 계절의 변화와 같이, 투자가 위축되는 지금이 오히려 좋은 스타트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 경험 많은 벤처투자자들의 생각이다.
역사적으로도 투자에 모두 적극적일 때보다 다들 투자를 꺼리는 불황기가 스타트업 투자와 성장에 좋은 기회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는 에어비앤비, 우버, 슬랙, 왓츠앱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만들어졌다. 2001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 설립된 아마존, 구글은 생존은 물론 디지털경제 최강자의 반열에 올랐다. 불황은 일시적인 투자감소를 가져왔지만 스타트업 투자 영역이 확장되고 체계화되는 계기가 됐다. 국내 벤처펀드 역시 2008년 결성된 펀드가 납입액 대비 총 가치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가 조사한 결과이다.
불황기에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인데 더 위험한 스타트업 투자를 권하는 것은 스타트업의 본질적 특성 때문이다. 불황 또는 경제 위기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은 빠르고 유연한 것이 특징이자 최고의 경쟁력이다.
생존이 중요할 때 대기업은 커다란 논란과 시일이 소요되는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하지만 스타트업은 민첩하게 비용절감과 위기관리에 나설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는 빠르게 성장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하는 일이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인데, 경기 침체 및 회복 과정에서 중요하고 새로운 문제들이 발견되기 마련이다. 또한 대기업의 인력 감축과 같은 상황을 우수한 인재 확보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코로나 위기가 닥친 2020년 매출이 98% 감소했지만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해 후속투자를 받아 대형 여행사에서 구조조정된 인재를 대거 확보했다.
스타트업도 옥석이 가려지지만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경쟁자의 역량을 흡수해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스타트업에게는 위기 극복이 필수유전자이기 때문에,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따뜻한 봄날보다는 ‘한겨울’에 그 진가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맞닥뜨린 위기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더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겨울은 당연히 춥고 많은 유망 스타트업이 스러질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선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더욱 강해져야 하고, 역량 있는 스타트업들의 월동을 도울 수 있는 생태계 지원정책도 필요하다. 생태계 전체가 겨울나기에 합심해서 스타트업이 우리 경제 성장의 주역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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