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연합이 압승을 거둔 가운데, 일본 과학자들이 정부의 군사·전쟁용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활성화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참의원 선거 당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중국과의 긴장 고조에 대응하겠다며 국방 예산을 현재보다 두 배 늘려 국내총생산(GDP)의 2%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국방 예산 증가액은 사이버 보안, 우주 개발, 해양 기술 등의 R&D에 집중 투자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분야 과학기술들이 군사적으로 전용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공격 무기 개발 금지 등 평화 헌법을 준수했지만, 최근 암살당한 아베 전 총리 정권 시절부터는 군사적 전용이 가능한 과학기술 연구 개발에 대해 투자를 재개했다. 2015년 일본 방위성 산하 방위장비청(ATLA)은 연간 100억엔(약 7200만달러)의 예산을 쓰는 기초과학펀드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특히 지난 5월부터는 전략 기술 수출을 제한하고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안보법 시행에 들어가면서 이를 위한 R&D 예산으로 5000억엔을 배정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일본 과학자·연구자들은 전쟁용으로 언제든지 전용될 수 있는 과학기술들을 연구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스나미 아츠시 일본 사사카와 평화재단 이사장은 "미사일 탐지를 위한 레이다 시스템, 이웃국가들의 잠수함 추적ㆍ모니터링을 위한 센서 기술, 컴퓨팅 능력 향상을 위한 신소재 기술 개발 등이 (방위장비청의 연구 계획에) 포함돼 있다"면서 "비록 군사용이라는 말이 붙지는 않았지만 미래는 물론 현재도 군사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기술들"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2017년에도 '일본과학위원회' 명의로 집단 성명을 내 군사적 또는 전쟁 목적을 위한 연구를 거부한다고 선언했었다. 이후 많은 대학들이 ATLA의 연구지원사업에 응모하지 않기로 했고, 실제 대학 연구자들의 ATLA 연구보조금 신청이 급감했다.
정부의 특정 R&D 투자 증가가 학문 연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기타 아츠시 호셀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정부가 우선 순위를 두는 연구에 대해 투자를 늘리면 (연구자들이) 호기심을 갖고 있는 연구를 선택할 학문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공정책을 기반으로 자금을 대주게 되면 중요한 일부 연구 분야들이 무시될 게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연구 폐쇄성 강화를 우려하는 이도 있다. ATLA의 자금을 투자받은 연구 결과물들이 현재까지는 공개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프리미엄아울렛인데 '1만9900원' 티셔츠만 '줍줍'...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