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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 여성들이 성적 판타지를 밝혔을 때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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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스물두 살 인도계 영국인 여성 니키가 우연히 수상한 스토리텔링 수업의 강사직을 맡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그녀의 학생은 영국 내 인도 교민 여성들로, 대부분 사별한 여성 노인이다.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이들은 대신 평생 마음속 깊이 간직해두었던 성적 판타지들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삶은 놀라운 방식으로 변화한다. 처음엔 너무나 보수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을 느꼈던 니키 역시 함께하는 시간이 쌓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들과 공감을 나누며 친구가 된다. 이후 닥쳐오는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는 이들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책 한 모금] 여성들이 성적 판타지를 밝혔을 때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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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섹스와 쾌락은 본능적인 거잖아요? 만족스러운 섹스는 오감을 자극하죠.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예요. 당신과 나, 우리는 섹스를 그저 발달된 발명품처럼 여기죠. 읽기, 쓰기, 컴퓨터 사용법 같은 다른 기본적인 것들을 익힌 후에 섹스에 대해 배웠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은 그런 것들을 익히기 전에 섹스를 경험했죠.”

아주 오래전, 희미하게 이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여자와 남자가 만나 무엇을, 왜 하는지 처음 알게 되었을 때였다. 젊은 시절의 그 흥분을 까맣게 잊은 채 살아왔지만, 한때 그녀는 거기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다른 인간과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생을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어제를 회상하니 다시금 몸에 전율이 일었지만, 이내 수치심이 밀려들었다.

“근데 내가 왜?”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뱉은 질문이 방 안을 감싼 침묵을 깼다. 왜 그녀가 수치스러워해야 하는 걸까? 그녀는 그런 존재였기 때문이다. 여자, 특히 자기처럼 나이 깨나 먹은 여자는 간밤에 느낀 것과 같은 종류의 쾌락을 탐하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 나는 사우스홀에서 단순히 나쁜 짓을 시작한 게 아니야. 그 일을 그만둘 생각도 없어요. 우리 수업은 여자들에게 그들도 받아들여지고 지지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난생처음으로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나누었고,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거야. 난 그들이 그 사실을 발견하게 도와준 거고, 나 또한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 여자들은 불의를 봐도 고개를 돌리는 사람들이었어요. 간섭하거나 경찰을 찾아가는 건 부적절하다고 배웠으니까. 그런 그들이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는 주저하지 않고 스스로 위험 속에 발을 들였어. 싸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정숙한 과부들을 위한 발칙한 야설 클럽 | 발리 카우르 자스월 지음 | 작은미미·박원희 옮김 | 들녘 | 496쪽 | 1만7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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