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졸업 후 첫 취업까지 11개월 소요
직무에 불만 가진 청년층, 창업·전직 시도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중소기업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 김은혜씨(29·가명)는 회사에 다닌 지 1년 만에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상사에게 의견을 내도 묵살 당하거나 사소한 트집이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케팅 직무에 내가 소질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퇴사를 결심했다"며 "퇴사 후에는 코딩 학원에 다닐 예정이다. 요즘은 개발자를 원하는 기업이 많고, 연봉도 높게 주지 않나. 개발자로 전직하면 지금보다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렵게 취업해도 자신의 적성 등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퇴사 후 창업을 하거나 아예 업종을 바꿔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는 모습이다. 신입사원 퇴사율이 늘면서 기업들은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들의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10.8개월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0.7개월 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고졸 이하의 취업 소요 기간은 1년 4개월로, 대졸 이상(7.8개월)보다 길었다.
반면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은 18.8개월로, 1년 7개월에 불과했다.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는 근로 여건 불만족(45.1%)이 가장 많았다.
당초 기성세대의 경우,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할 때까지 꾸준히 근무하는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다. 그러나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해진 젊은층은 타 연령층보다 퇴사 및 이직을 비교적 쉽게 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기성세대가 승진과 높은 급여를 목표로 회사에 다녔다면, 젊은층은 승진에 연연하지 않고 개인의 성장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추구에 중점을 두는 게 특징이다.
특히 직무에 불만을 가진 청년층 중 일부는 업종 전환을 꾀하고 있다. 연봉 등 더 나은 처우를 위해 기존에 해왔던 직무를 포기하고 아예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는 것이다. 예컨대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IT업종 일자리로 직무를 전환하기 위해 문과 출신 직장인들이 코딩을 배우는 식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도 전직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공기업에 다닌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상사의 말만 따라야 하는 문화에 지쳤다. 지금 하는 일에 회의를 느껴 개발자로 전직하려고 한다"며 "코딩 학원 등을 다녀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계획이다. 늦었지만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경직된 조직문화에 싫증을 느껴 창업을 택한 이들도 나온다. 현재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인 박은영씨(27·가명)는 "직장을 3년 정도 다니다 강도 높은 업무, 상사와의 갈등 등에 몸과 마음이 지쳐 지난해 사직서를 냈다"며 "더는 회사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 스마트스토어로 창업을 시작했다. 매출이 높지는 않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스토어는 네이버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무료로 운영할 수 있는 서비스다.
청년들의 창업 열풍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20대 이하가 대표인 사업체 수는 18만2000개로 나타났다. 이는 6만 9000개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약 163% 늘어난 수치다.
한편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을 낮추고 업무 능률을 올리기 위해 여러 복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우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내년 1월부터 '근무지 자율선택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정해진 근무시간만 준수한다면 근무 장소를 자율 선택하게 했다. 근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곳이라면 해외도 무관하다.
그런가 하면 티몬도 이달부터 '스마트&리모트 워크'를 시행했다. 티몬 직원은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개장 예정인 신사옥을 비롯해 수도권 각지에 있는 거점 오피스와 공유오피스 등 업무환경이 갖춰진 곳이면 어디서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공간 제약이 없는 근무 환경에서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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