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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초록빛 비경…쏟아지는 물줄기에 숨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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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장마와 무더위에 떠나는 폭포 여정

김시습의 전설이 서려있는 철원 매월대폭포

김시습의 전설이 서려있는 철원 매월대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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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대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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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재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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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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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포천 비둘기낭폭포

아름다운 비경을 자랑하는 포천 비둘기낭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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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철원 근남면에 있는 복계산은 과거 휴전선과 가까운 최북단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출입을 통제했던 산입니다. 이 산 중턱에 세상 때가 덜 묻은 매월대 폭포가 있습니다. 훼손되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폭포입니다. 이끼로 뒤덮인 청량한 기운에 몸은 싱그러운 초록에 물들어 버릴 듯 합니다. 현무암 주상절리로 이뤄진 푹 꺼진 협곡 아래에 꼭꼭 숨어 있는 폭포도 있습니다. 다른 곳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지하 공간, 비밀의 폭포입니다. 주상절리의 석벽에 뿌리를 내린 활엽수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그 한가운데에 폭포가 성난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흘러내립니다. 그뿐인가요. 용 네마리가 기거하다가 세 마리가 승천했다는 삼부연 폭포는 겸재 선생이 금강산으로 가다 그 절경에 취해 붓을 들었다는 곳입니다. 줄타는 재인의 슬픈 사랑이 깃들어 있는 재인폭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출렁다리 위에서 바라본 폭포가 뿜어내는 기운이 어찌나 강하던지요. 이처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도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화려한 봄날에는 꽃을 한겨울에는 눈덮인 은빛 세상을 만날 수 있듯이 말입니다. 폭포를 만나겠다면 장마의 뒤끝으로 접어드는 지금이 가장 좋을 때입니다. 장마때 연중 최고의 풍경을 펼쳐 보여주는 폭포를 찾아 북쪽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경기도 연천 재인폭포, 포천 비둘기낭폭포, 더 올라가 강원도 철원 매월대폭포, 삼부연폭포가 그곳입니다. 빠르게 움직이면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도 가능한 곳들입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 간직한 철원 매월대 폭포

용암대지와 한탄강이 빚어낸 독특한 지형인 철원엔 절경의 폭포가 여럿 있다. 복계산(1057m)중턱에 자리한 매월대 폭포도 그중 하나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폭포다. 찾는 길도 그리 어렵지 않다. 복계산 등산로 입구에서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도 10여분이면 닿는다. 산길이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데다 폭포를 타고 내려온 물이 길 양쪽의 계곡을 찰랑찰랑 채우고 있어 오름길은 청량하다. 어찌나 숲이 깊은지 들어서는 순간 서늘한 한기가 느껴진다.

폭포가 쏟아지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점도 매월대 폭포의 장점이다. 폭포의 높이나 물줄기는 웅장하지 않지만 주위를 감싼 청량한 기운은 여느 폭포와 다르다.


이 폭포의 원래 이름은 선암(仙巖)이다. 폭포에서 약 200m 더 오르면 산을 뚝 잘라놓은 듯한 40m의 층암절벽이 있는데, 이 바위를 선암바위라고 불렀다. 이후 생육신 중 한 사람이었던 매월당 김시습이 이곳에 은거하면서 선암바위 대신 매월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한문 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김시습은 세종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다. 그가 21세가 되던 세조 1년(1455년). 수양대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하며 보던 책을 모두 불태우고 산으로 숨어들었다. 이후 그는 조씨 성을 가진 육형제와 두 조카를 데리고 복계산 매월대에 은거했다고 전해진다.

◇겸재 정선의 그림과 똑같은 선경… 철원 삼부연폭포

철원의 또 다른 폭포는 삼부연폭포다. 명성산과 각흘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용화동 저수지에 담긴 뒤 한참을 달리다가 세 번의 굽이를 이뤄 쏟아져 내리는 곳이다. 폭포는 하류쪽을 향해 날개를 펴듯 활짝 열려 있는데, 용화천을 따라 웅장한 암벽지대를 지나쳐 가다보면 불현듯 폭포가 나타난다.


삼부연은 가마솥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이 층암으로 된 바위벽을 내려와 물이 모이는 못이 마치 가마솥을 닮았기 때문이다. 전설에 따르면 이곳에는 도를 닦던 네 마리의 이무기가 있었는데 세 마리가 폭포의 기암을 각각 하나씩 뚫고 용으로 승천했다고 한다. 그때 생긴 세 곳의 구멍에 물이 고인 것이 삼부연이라는 것이다.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금강산을 오가는 길에 이 일대에 은거하던 스승을 찾아왔다가 폭포의 경관에 반해 진경산수화를 남겼다.

이즈음 장마로 폭포의 물살이 힘차게 내리꽂히고 있지만, 삼부연폭포는 비가 오지 않아도 수량이 제법 많아 늘 한결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주상절리와 어우러진 최고의 풍광, 경기 연천 재인 폭포

한탄강 인접 지류에 자리한 재인폭포 또한 여름철 볼 만한 폭포중 하나다. 주변의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멋진 경관을 연출한다.

떨어져 내리는 하얀 물줄기와 에메랄드빛 소가 빚어내는 색의 조화가 거대한 동굴처럼 파인 현무암 주상절리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좁은 바위 사이를 지나 곧은 기둥이 되어 쏟아지는 물소리 또한 그 모습만큼이나 경쾌하면서도 시원스럽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생긴 6각형 모양의 현무암 기둥으로 한탄강 주변의 전형적 풍광 중 하나다.

재인폭포는 평지가 움푹 꺼지면서 생긴 협곡에 위치해 있다. 평범한 들판에 너비 30m, 높이 18.5m에 이르는 폭포수가 형성돼 있어 가까이 가지 않고서는 폭포가 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


재인폭포는 슬픈 전설도 간직하고 있다. 옛날 이 고을에는 줄타기를 잘하는 재인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헌데 고을 원님이 재인의 아내를 탐한 나머지 음모를 꾸몄다. 재인으로 하여금 폭포 위에서 줄을 타게 한 뒤 줄을 끊어 죽게 하고는 재인의 아내에게 수청을 들게 했다. 하지만 재인의 아내는 원님의 코를 문 뒤 혀를 깨물고 자결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재인의 한이 서린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불렀다 한다.


주변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출렁다리를 건너면 폭포 입구까지 갈 수 있도록 나무덱이 연결되어 있다. 주변에 대규모로 조성된 재인폭포캠핑장이 있다.


◇협곡아래 숲은 최고의 폭포…경기 포천 비둘기낭폭포

북부 일원의 폭포 중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가진 곳을 꼽는다면 비둘기낭 폭포를 손꼽을 수 있다. 그건 비 내린 뒤에 이 폭포를 한 번이라도 봤던 이들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게 틀림없다. 높이 30m가 넘는 현무암 협곡이 400m가량 이어지는 계곡에 숨어 있어 일찌감치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나무덱 계단을 타고 짙은 숲으로 감춰진 거대한 협곡으로 내려가면 축축하고 서늘한 기운이 엄습한다. 계단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게 된다. 이국적인 정취에다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숲 그리고 기이한 지형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비둘기낭이라는 이름은 두 가지 사연에서 비롯했다. 예부터 비둘기들이 협곡의 동굴과 수직 절벽에 서식했다는 얘기도 있고, 동굴 지형이 비둘기 둥지처럼 움푹 들어간 주머니 모양이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비둘기낭폭포는 한국전쟁 당시 수풀이 우거지고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아 마을 주민들이 대피 시설로 이용했을 정도라고. 폭포에서 한탄강으로 생태탐방로가 연결되어 있다.


철원, 연천, 포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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