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도술 부리는 무륵, 깔끔한 착지 하고파 기계체조 학원 다녔죠”

영화 '외계+인' 무륵 역으로 돌아온 류준열 인터뷰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신인 시절 영화 ‘타짜’의 한 장면으로 자유연기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최동훈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곤 했었다. ‘외계+인’은 그 꿈을 이루는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

다소 낯선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영화 ‘외계+인’에서 얼치기 도사 ‘무륵’으로 호연을 펼친 류준열은 설레는 얼굴로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서 만난 그는 “촬영 내내 따뜻한 인연으로 위로를 받았는데, 그런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과 만남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크고 설레인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느 한 분야에서 기술이 부족하거나 서투른 사람을 뜻하는 말 ‘얼치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며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무륵을 소개한 류준열은 “사람이 한 없이 좋을 수만은 없는데, 얼치기로 소개된 무륵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며 “또 과거와 현대의 중간에 있는 느낌과 ‘무륵’이라는 독특한 이름까지 감독님과 처음 배역 이야기를 할 때부터 (역할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외계+인’에서 무륵은 어딘지 어설픈 재주와 도술을 부리며 스스로를 ‘마검신묘’라 칭하는 신출내기 도사이자 현상금이 걸린 신검을 차지하려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부채 속 마검과 고양이를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호언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 부채 속 검은 말을 안 듣고 매번 위기에 빠질 때마다 고양이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허당 캐릭터다. 류준열은 그 빈틈 속 인간미가 무륵만의 매력이라 설명한다.

무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캐릭터 덕에 몸 만들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그는 공중을 돌고 지상으로 깔끔하게 착지하는 기계체조에 주목했다. 체조 학원에 등록해 동작을 익혔다는 류준열은 “와이어 액션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줄을 당길 때 솟고 놓을 때 착륙하는 리듬과 하모니가 핵심이라 생각해 몸을 잘 쓰는 기계체조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중 동작과 클린한 착지를 위해 연습을 반복하는 엘리트 체육 코스를 곁에서 함께 체험하면서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신체능력에 놀랐고, 그 경험이 현장에서 액션연기를 할 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소개했다.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이 신인 시절부터 꿈이었다는 그는 “어느 날 (소속사) 대표님이 부르셔서 ‘신인 때 했던 말 기억나냐, 이번에 최 감독님 작품을 하게될 것 같다’고 하셨을 때, 울컥하고 어떤 영화의 엔딩 장면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꿈을 이룬 류준열은 자신이 받은 감동과 처음 대본을 마주했을 때 느꼈던 대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외계인이 낯선 존재가 아니라 우리 구전설화에 나오는 여러 요괴의 모습이 당대의 외계인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영화 속 대사가 한편의 시, 또 옛 고전문학의 한 구절처럼 느껴지는데 여기에 집중해서 보시면 외계+인 전반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실 것”이라고 전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