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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모아 창업했는데 덮친 코로나…자살에도 영향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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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이후 심리부검 사례 중 코로나19 연관 추정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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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원 기자] 20대 남성 A씨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비행을 저질렀지만, 여자친구를 만나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A씨는 창업을 목표로 3년 동안 배달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2019년 7월 카페를 창업했다. 유명 관광지에 위치한 카페는 입소문을 타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며 카페 매출이 급감했다. A씨는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가게 임대료, 전기세 등을 이전과 같이 지출해야 했고 고금리 대출을 받는 등 자금난을 겪었다.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여자친구의 발견으로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예약을 잡았지만, 병원 방문 하루 전 '쉬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상황에 따른 직업, 경제 등 스트레스가 자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2015년부터 7년간 자살사망자 801명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심리부검을 진행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란 사망 전 자살자의 심리 행동 양상, 변화 상태를 주변인의 진술과 기록을 바탕으로 검토해 원인을 탐색하는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2015년부터 시행됐으며, 미국·일본·핀란드 등에서도 심리부검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살사망 29명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자살사망자 132명 중 29명(21.9%)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가 자살사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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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 모두 코로나19 이전부터 직업, 경제, 가족·부부·대인관계 문제 등으로 자살에 취약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실직, 폐업 등 경제상황 변화나 사회적 활동 제한의 영향으로 자살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들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한 결과, 19명(65.5%)은 사망 전 직업 스트레스를, 23명(79.3%)는 경제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이외에도 가족관계 스트레스 경험률이 51.7%, 부부관계 스트레스 42.9%, 대인관계 스트레스 27.6%다. 경제적 스트레스를 겪은 23명 중 10명은 부채, 8명은 현재나 미래의 경제 상태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부진 및 실패를 겪은 사례가 9명으로,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던 관광, 문화, 교육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부담이 늘어 어려움을 겪은 자살사망자도 2명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코로나19 관련 자살사망자 대부분(28명)이 정신과 질환이 있었을 것으로 파악됐다. 15명은 코로나19가 유발한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심리부검 대상자 대부분 정신건강 문제 호소…유족도 우울증↑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 801명 중 40.8%(327명)은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거나 아예 없는 저소득층이었다.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가 18.7%, 100만원 미만을 버는 경우가 22.1%였다.


사망 당시 고용 상태는 피고용인이 310명(38.7%)이고, 실업자가 199명(24.8%), 자영업자가 132명(16.5%)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들은 1명당 평균 3.1개의 복합적인 스트레스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자녀 등 가족관계 스트레스 경험 응답이 60.4%로 가장 높았고, 경제 문제가 59.8%, 동료 관계나 실직 등 직업 문제가 59.2%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중·장년층에서 경제적 스트레스를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중·장년기 자살사망자의 경우 약 12%가 금융기관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소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스트레스 사건을 분석했을 때 중년기가 경제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약 70%, 장년기가 66.3%로 청년기나 노년기에 비해 경제 스트레스를 호소한 비율이 높다"며 "이것이 금융기관 방문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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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대은 공통적으로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한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해 자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801명 중 88.6%가 기존에 정신과 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장애가 82.1%로 가장 많았고 물질 및 중독장애가 32.8%, 불안장애가 22.4%다. 심리부검 자살사망자의 절반 가량인 394명은 사망 3개월 이내 도움을 받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등 기관을 방문했다.


자살사망자의 유족은 대부분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 952명 중 793명(83.3%)은 우울 증상을 경험했고, 이중 60.9%는 중증도 이상의 우울 상태였다. 또 유족 중 약 60%(566명)는 면담 당시 '자살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들은 각자 자살사망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심리부검을 통해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고 여러 뿌리 깊은 원인에 의해 생겼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가족이 화해하고 자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면서 "심리부검은 자살 예방 효과도 있고 유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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