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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는 옛말"…고공행진 물가에 리퍼·중고 찾는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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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행진 물가에...리퍼·중고 제품 매출 폭 증가
유통기한 임박 식품 판매량도 늘어
"사고 싶은 것 사고 자랑하며 만족하던 분위기 줄어"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비교적 저렴한 리퍼·중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고공행진하는 물가에 비교적 저렴한 리퍼·중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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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최근 무더위를 맞이해 리퍼 선풍기를 구매했다. 새 선풍기를 마련할까 고민도 했지만 치솟는 물가에 한 푼이라도 아껴보고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리퍼 제품을 찾았다.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전시품을 재포장한 리퍼 제품은 최고품질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성능의 큰 차이 없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씨는 "식비 같은 생활 물가가 하도 올라서 어떤 걸 구매할 때도 싼 걸 찾게 된다"며 "제품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리퍼 제품을 사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가가 연일 치솟자 비교적 저렴한 리퍼·중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식비 등 필수 소비 지출의 부담이 커지면서 필수품을 제외한 소비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양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은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싸게 파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여러 자구책을 찾아 나서고 있다. '플렉스'(Flex·소비 과시) 대신 '짠테크'(아낀다는 뜻의 짠+재테크)가 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물가 상황은 연일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6.0% 상승해 외환위기였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올해 2월 3%대를 기록하다가 3월(4.1%), 4월(4.8%)에 4%대에 진입했고, 5월(5.4%) 5%대에 올랐으며, 6월 6%대까지 도달했다.


지난 6월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시민이 영수증을 살펴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지난 6월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시민이 영수증을 살펴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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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비 등 고정지출 부담도 커졌다. 1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대표 외식품목 8개의 6월 평균 가격은 지난 1월 대비 많게는 8% 이상 상승했다. 자장면은 평균 가격이 연초보다 8.5% 올라 6262원을 기록했으며, 칼국수는 6.4% 올라 8269원에 달했다. 이외에도 △김밥(6.3%) 2946원 △냉면(4.7%) 1만269원 △삼겹살(200g 기준·4.7%) 1만7783원 △김치찌개백반(4.4%) 7385원 △삼계탕(4.0%) 1만4885원 △비빔밥(3.8%) 9538원 등 모두 올랐다.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는 물가에 소비자들 가운데서는 필수적인 지출 이외의 소비를 최대한 줄이겠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오프라인 가전·문화 분야 매출은 9.7% 감소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가전·문화 상품군 매출은 지난 2월 0.5% 올랐던 것을 제외하고는 올해 들어 꾸준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매출이 급감했다. TV 매출은 12.2%, 냉장고는 2.4%, 전기밥솥·레인지 등 주방가전은 4.6%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리퍼·중고 등 저렴한 제품의 매출 폭은 증가했다. 17일 롯데홈쇼핑은 올해 2분기 유통기한 임박 상품과 리퍼 상품 판매가 1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변심으로 반품됐거나 전시품을 재포장한 리퍼 제품의 2분기 일평균 주문 건수는 1분기보다 10% 증가했다. 특히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등 여름 시즌 상품과 노트북 등의 가전제품이 인기 품목으로 꼽힌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율이 높아진 식품·건강식품 등도 2분기 일평균 주문 건수가 30%까지 늘었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유통기한 임박 상품의 매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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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도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싸게 사는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이달 1~13일 유통기한이 임박한 도시락·유제품 등 상품 할인 서비스인 '라스트오더' 매출이 전년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라스트오더 이용객은 20·30세대의 젊은 층이 60%에 달하는 등 주를 이뤘다.


서울 소재 3년 차 직장인 양모씨(29)는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찾게 됐다"며 "혼자 살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다 된 상품을 구매해도 '나만 잘 확인해서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물가로 고생을 하다 보니 사고 싶은 걸 사고 자랑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던 분위기는 사그라들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는 소비자들의 공감대가 변했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플렉스하는 게시물을 올리면서 공감대를 얻었다면 이제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물가도 올라가고 경제도 안 좋은데 과시적인 소비를 할 때인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소속감을 느끼는 분위기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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