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범 어머니, 상속받은 집·토지 처분해 헌금
기부액 10억원에 달해
선거 유세 중이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으로 쏴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가 10일 일본 나라현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그는 불만을 품은 특정 종교 단체에 아베 전 총리가 연관돼 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격 살해한 야마가미 데쓰야(41)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할아버지 토지를 마음대로 팔아 종교단체에 쏟아 부었다"고 진술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야마가미 어머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자였으며 기부금은 총 1억엔(한화 약 9억4530만원)에 달한다.
13일(현지시간) 일본 요미우리TV 등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 야마가미가 범행 동기에 대해 진술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야마가미는 "어머니가 할아버지 토지를 마음대로 팔아 종교단체에 쏟아 부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수사 관계자는 1998년경부터 통일교를 믿기 시작한 야마가미 모친이 1999년 상속받은 토지와 가족이 살던 나라시의 단독주택을 매각했으며, 2002년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매각한 토지와 자택의 가치는 약 5000만엔 상당(약 4억7265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는 통일교에 심취한 어머니로 인해 생활고를 겪었으며 이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야마가미의 어머니가 파산선고를 받을 당시 가족은 월세 7만엔 정도의 임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야마가미는 주변에 어머니의 종교 활동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아베 전 총리가 범행 대상이 된 건 그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특정 종교단체와 관계가 있어 아베 전 총리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마가미는 또 경찰 조사에서 "2019년 한국의 통일교 지도자가 일본에 방문했을 때 화염병을 들고 덮치려 했지만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해 할 수 없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통일교 측은 야마가미 모친이 통일교 신자라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헌금 강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구체적인 헌금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통일교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모친이 고액 헌금을 한 적도 있지만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고 할당량이 있었던 게 아니다"며 "모친이 파산한 사실을 알고 있고, 고액 헌금을 요구한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아들의 범죄에 대해 사과했다. 14일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야마가미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큰 사건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통일교와 관련한 비판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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